[리뷰]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열린책들 출판사의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데이비드 엡스타인 저/이한음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 너무도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본 도서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다.

    책의 제목이나 온라인 서점의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예로 들고 늦은 나이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 시점에서 파헤친다. 한동안 커리어와 관련되어 화두가 되었던 Generalist vs Specialist의 문제도 다룬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고자 한 핵심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따라서 불안한 마음으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앞으로 물리적으로 제한된 짧은 인생동안 어떤것을 추구해야 할지 배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다룬 것이 보다 본 도서의 주제에 가깝다고 하겠다.

    제목 때문에 늦은 나이에 성공하는 천재들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오산이다. 이는 책에 주장하는 여러 주요 논지 중에 하나일 뿐이다. 아무래도 마케팅적인 측면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얻을 것이 없는 서적에 그럴사한 제목을 포장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원제를 보다 잘 살렸으면 이 책이 늦은 나이에 성공하는 비법이 아닌 현 시점 내 인생의 나침반을 제공하는, 고전에 비견될만한 인사이트를 전해준다는 것을 알게 해줬을텐데 라는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책의 원제는 Range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양성, 범위 정도 되겠다. 책을 모두 읽으면 이해되겠지만 다양한 것을 접하고 다양한 것을 공부하고 특히 학제 간 범위의 제약을 없애 일종의 융합, 통섭의 힘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는 방법임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4차산업 혁명을 필두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AI는 알파고로 대중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고, Youtube를 시청할때나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꽤 놀라울 정도로 원하는 것을 추천해주는 시스템, 제조업의 자동화 등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년 후면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루머, 바둑같이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래머와 컴퓨터들이 정복하고자 노력했으나 사람의 감으로 표현되는 레벨을 뛰어넘는데 실패했던 영역도 점차 AI가 정복해나가고 있다.

    뭔가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 부지런히 살고 노력은 하고 싶은데 방향은 잃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급한 분이라면,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이 책을 권유드린다.


  • 그동안 우리가 진리라고 여겨졌던 방법들
    저자는 이미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전작 “스포츠 유전자(The Sports Gene)”으로 유명해진 데이비드 엡스타인이다. 전작 이후 유명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해서인지 본 책의 연구적 깊이와 철저한 검증, 독서량 등은 놀라운 수준이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약 10년 전 유명했던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 조차 본 도서를 너무나 마음에 든는 책이라고 표현한 것이 상당히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정반대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저자는 본 도서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과 관련된 한계나 반대 진영의 견해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인생 상식에 냉철한 비판을 가하고 그동안의 진리라고 여겨졌던 방법들을 현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로 재구성한다. 그 누가 수십년간 진리처럼 여겨졌던 방법을 쉽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기존 방법들의 한계를 보완하고 재구성하여 미래의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인가?

    놀랍게도 저자는 이 모든것에 과감히 도전한다. 그저 스스로 주장만 하는것이 아닌, 저자 개인의 일반화되지 않은 사례의 개똥철학을 펴는 것이 아닌, 대규모의 연구 자료를 철저히 분석하여 통일성있게 배치하고 많은 위인들의 일생을 돌이켜보며 탄탄한 검증 자료로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오죽하면 반대 진영의 말콤 글래드웰이 극찬할 정도일까.


  • 본 도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인사이트 3가지
    서두는 두 천재 골퍼 로저 페더러 vs 타이거 우즈의 비교로 시작한다. 타이거 우즈는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적절한 조기 교육의 성공, 천재의 대명사였다. 반면 페더러의 경우 어린 시절 다양한 활동을 거쳐 비교적 늦은 나이에 대기만성한 천재이다.

    저자는 세상이 최연소, 천재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어 우즈나 저커버그 등의 유형이 많이 알려졌을 뿐 실제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완숙한 나이에 천재에 반열에 오르고 성공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더불어 운동, 패턴 인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에서는 조기 교육의 방법이 나쁘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그 외 금융 등 대부분의 다양한 판단 요소에 넓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에서는 Range의 역량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데 본 도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주제로 세상에 높은 가치를 시사한다 할 수 있다.

    • 첫째. 누구나 조기교육이 가능한 천재인가?
      대중들이 지나치게 최연소 천재에만 집중하여 자신 혹은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다양한 연구결과와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희소하지 않은 즉, 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성공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 둘째. 직무 적합도와 다중 슬롯머신의 문제.
      천재의 재능을 타고났다 한들 그것을 알아보고 이끌어줄 사람이 없다면, 또는 운이 없어 자신의 천재성이 발현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대중이 열광하는 조기교육 방법은 적용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 유형에 속한다.

      타이거 우즈는 생후 6개월째에 아빠 손바닥 위에서 균형을 잡는 등 비범한 재능을 보여주었고 그의 아버지는 그런 재능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대중들의 삶에 일반화하긴 어려운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하겠다.

      즉, 보통 사람은 대부분 다중 슬롯머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영역을 찾을 때까지 머신의 팔을 하나씩 당겨보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천재 화가 고흐의 삶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34세에 유명화가 되기까지 학생, 미술상, 교사, 서점 점원, 목사, 전도사의 길을 걸었다. 3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전 간신히 다중 슬롯머신의 문제를 풀어내며 성공을 거둔 케이스지만 그 전에 경험했던 다양한 직업과 노력들은 Range 역량이 되어 그를 완성된 화가로 만들어 주었다.

    • 셋째. 학제간의 연계, 다양성, 집단지성 등 융합의 힘.
      이 융합의 힘 또한 저자가 주장하는 Range의 힘이다. 플린효과, 즉 모든 IQ 검사에서 정답을 맞히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무려 10년마다 3점씩 높아진다. 정신측정학 전공자들도 의례 당연시 여겼던 측정 방법의 맹점을 찾아낸 비결에 대해 플린은 내가 외부인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대답한다.

      저자 역시 대학원 생 시절 통계분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법 자체를 배운적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연구 성과를 내기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대부분 연구자들의 현실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 일반인들도 다를 바 없다. 수학의 공식과 공리와 해석에 있어 그 내부를 들여다 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저자는 또 하나의 강력한 Range를 발휘한 예로 케플러를 꼽는다. 천문학과 행성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가 전무했던 시절 그는 유추의 힘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계 태엽 우주관을 완전 뒤엎어 버렸다. 그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빛, 열, 냄새, 배, 빗자루, 자석을 천체와 비교하며 동작 방식을 유추했던 과정을 통해 다양성의 힘이 불모지를 개척하는 힘을 보여준다.


  • 그 외의 흥미로운 요소

    앞의 메인 주제 외에도 본 도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읽다보면 저자가 독서광임은 자연스레 증명된다. 수많은 연구 결과와 위인들의 일대기 혹은 서적들이 인용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저자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베스트셀러 작가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지금껏 3천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했다. 3천권의 책을 읽은 분이 작성한 책에서 얻은 외부 지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지식의 도메인의 범주 포함 관계나 의도적 인용 비율을 고려할 때 반드시 읽은 권수가 서적 내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와 정비례하지는 않겠지만 3천권을 읽은 분의 책으로 비교해보면 본 도서는 거의 10만 권은 읽어야 할 느낌이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덕분에 무엇인가에 시간이나 돈을 투자하면 우리는 거기에서 손을 떼기를 무척 꺼려한다는 매몰 비용 오류, 그릿 측정과 관련된 마시멜로 실험, 생성효과, 과잉 과장 효과,.. 등 우리는 수많은 지식들의 잔치에 초대되며 교양 수준을 높일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AI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학습중이다. 딥러닝의 출현으로 데이터 사이언스가 각광을 받고 이미 우리 사회를 뒤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이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등의 거품도 분명히 존재한다.

    더불어 AI 분야의 연구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지는 격세지감의 장이다. 열심히 공부 중인데 아무리 배움에 끝이 없다지만 그럼에도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신생 학문으로 일컬어지는 관계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같은 용어의 정의도 어렵다. 국내에 AI로 유명한 분들도 쉽사리 본인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소개하는데 머뭇거린다. 겸손함의 표현이다.

    용어의 정의도 어렵고 배울것도 너무 많은 AI. 게다가 자신 혹은 타인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이 일련의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자면 모든 학문들이 AI로 융합되기 때문인 것 같다. 즉, 데이터 사이언스는 수학, 경영학, 심리학 등 범주가 떨어진 명확한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개념이기보다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적으로 결합하는 일종의 수평적인 층(Layer)으로서 자리잡은 듯 하다.

    이는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융합의 힘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융합의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편협한 세계의 전술은 사람보다 뛰어난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저자에게 배운 핵심, 즉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 책소개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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