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북라이프 출판사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강병진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본 도서는 내집 마련을 통해 안정과 자유라는 행복을 찾은 한 서민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적은 돈으로 성공적인 투자와 승부사 감각으로 훌륭한 아파트를 구매했고 그로 인해 재테크에 성공했으며 집을 여러채로 불렸고 그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는.. 서점에서 흔히볼 수 있는 고가 건물주의 고군 분투 일대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저자는 40의 나이에 집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출을 실행하고 그것도 흔히들 사지말라는 빌라를 구매한다. 더 황당한 것은 막대한 대출금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얻고자 월세 독립까지 감행하여 받는 월급을 대출비와 월세로 꼬박 상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류의 책에서 절대하지 말라는 투자 방식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 책이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 깊은 한숨과 함께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쉽지 않은 인생에 대한 공감, 남의 일 같지 않은 생생한 저자의 고뇌, 그리고 무엇보다 나였으면 하지 못했을 자랑할 것 없는 삶에 대한 매우 솔직한 독백이 와 닿았다.

대부분의 서민이라면 누구나 인생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서민이라면 과거 혹은 현재 아니면 미래에 그럴 가능성까지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 부분 각오를 해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집문제이다.

나 역시 어릴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반지하에 살아 본 경험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가정에도 불화가 종종 생겼으며 성인이 되어 자립하기까지 나름의 가슴앓이를 이어왔던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읽는 순간 잊고 살았던 당시의 암울한 기억이 떠올라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거나 깊은 한숨을 쉬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때보다 나아진 지금의 현실에 위안하기도 했고 얼마전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직장일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이 책은 내집 마련은 물론 넉넉치 않은 경제 사정을 위해 하루 하루 쉽지 않게 살아가지만 근처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위안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다. 스스로의 능력 없음에 한탄하며 현재 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한숨속에 술한잔 기울이고 싶은 날이 온다면 또 누구보다 같이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그 때 이 책을 읽어보길 권유드린다.

솔직히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저자가 철이 덜 든것이 아닌가 훈계하고 싶기도 했고 걱정되기도 했다. 어머님께 아직도 반말을 하는 모습하며, 대출금이 위험 수준인데도 혼자 살고 싶어 월세를 부담하여 독립한 것이나 아파트도 아닌 빌라를 구매하여 생애최초 청약의 기회까지 날렸으니 40살이 넘은 양반이 정녕 정신을 못차린 것인가 꼰대같은 훈계를 늘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나 역시 총각때 그렇게 혼자 살고 싶어서 발버둥을 쳤다. 자의반 타의반 대학이 집에서 다른 행정구역에 있었고 직장 역시 그러했기에 자연스레 혼자 거주하게 되었지만 총각 시절 혼자 살았던 그 자유라는 꿀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가 나오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되다보니 하루 24시간은 2시간 정도로 짧아진 느낌이고 공간적인 자유는 더 이상 없다. 낮에는 직장에서 밭을 갈고 퇴근해서는 육아 크리에 시달리며 밤에는 책을 읽어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에 삶에 주어진 개인의 시간이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저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철이 들 것이다. 나라고 성인 군자라서 그렇게 이상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소중한 아이를 보면 자동으로 철 든 나로 변해지기 때문이다. 자유와 욕망보다도 소중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부모가 되니 인생이 180도 뒤짚히는 구나 자조하기도 하고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그 와중에 또 묘한 쾌감을 느끼는 새로운 나로 변하게 된다.

저자는 아직 육아크리의 현실과 마주하지 않은데다 독립의 자유를 평생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흙수저 출신에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거주해 온 지난날이 한으로 맺혔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그토록 원했으나 한번도 누리지 못한 독립과 자유를 실현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본 도서는 유용한 내집 마련 정보나 특별한 재테크 노하우가 담긴 책은 아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 오늘에 속상하거나, 쉽지 않은 내집 마련에 고통을 받고 있거나, 너무나도 자유와 독립을 원하는 이라면 저자가 인생의 좋은 벗이자 선배가 되어 술한잔 같이 기울인것 만큼 적잖은 공감과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돈 문제로 오늘을 쉽지 않게 살아가는 모든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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