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예문당 출판사의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최낙언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본 도서는 감정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모음이다.

맛이란 무엇인가?

쉽다면 쉽겠지만 어렵다면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책은 위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을 기록한 글이다.

책에는 인간의 뇌, 감정, 감각, 지각, 이성 등에 관한 놀랍고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 및 매커니즘들이 듬뿍 담겨있다.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로 유명한 라마찬드 교수나 “환각”으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 등 저명한 학자들의 지식이 담겨있으며 그 외 폭넓은 실험, 연구 등을 토대로 저자의 인사이트를 녹여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그동안 알고 있던 감정이라는 개념을 달리보게 되었다. 감정을 흔히 이성에 반하는 무식하고 원초적인 감각쯤으로 생각해왔는데 생존에 필요한 이성보다 소중한 삶의 원동력이라는 점이나 무엇보다 가치 "판단"이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현재의 AI 역시 알파고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지능은 흉내내는 데 반해 감정은 흉내내지 못한다. 더불어 과학의 영역에도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포도당이 우리 몸에 가장 고마운 존재임에도 감사하는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물질적으로 최고로 풍요로운 시기에 살고 있으며 문명의 발전이 극에 달했음에도 정신적인 영역과 행복한 삶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진화한 것이 없다. 오히려 원시시대 거대한 매머드를 잡아 한 달간 식량에서 해방된다는 만족감이나 사냥의 과정에 있어서 구성원 간의 결속과 협동의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도 사라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상해진 말 부터 감정을 위로하고 위로 받고자하는 책과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시장이 연일 거대해지고 있다. 이 모든 사회 문제가 감정에 대한 무지 혹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감정은 너무나도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는 뇌의 매커니즘에 따라 감정이 결정하는 판단에 의해 움직일 수는 있으나 감정이 왜 그렇게 판단을 했는지 등의 내부 작동 원리는 모른다. 때문에 이 책에도 감정을 다스리는 마법같은 해결책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본 도서가 굉장히 의미있는 것은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한 흥미로운 결과들을 집대성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 많은 지식들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 간접적이나마 우리에게 감정을 다스리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예를 들면 맹점, 환각사지(절단된 팔에서 느껴지는 환각), 담배의 중독 원리, 다이어트의 실패 이유 등 평소 궁금해했던 흥미로운 주제들이 듬뿍 담겨있다. 감정이나 뇌라고 하면 다소 딱딱한 주제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흥미진진한 주제와 예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손에서 책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책에서 읽고 알게된 신비한 지식과 새롭게 얻게된 인사이트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감정이란?
    • ex) 공포를 느끼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근육에 혈액을 공급해 도망갈 준비를 시킨다.
    • 오랜 진화의 역작.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에 쾌감을 부여하고 불리한 쪽에 통증을 부여.
    • 행동의 지휘자. 이성은 나중에 합리화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고통의 원천.
    • 생각이 많으면 행복이 멀어지고, 생각이 없으면 의미가 멀어진다.
    • 성현, 철학자의 행복론에 귀기울여도 자신의 삶에 적용해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다.
    • 생각이 감정에 작용하는 뇌의 네트워크 보다 감정이 이성에 명령을 내리는 네트워크가 3배 더 많다.
    • 보통 감정이 이성을 이길 뿐더러 순식간에 생각을 지배하기에 대중 앞에서 강연 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 욕망과 풍선효과
    • 욕망은 만족감 보다는 더욱 큰 새로운 욕망을 발명하여 갈증을 심화시킨다.
    • 단맛에 대한 욕망은 미국 독립운동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 감칠맛의 핵심인 글루탐산의 발견으로 MSG 등장. 맛의 민주화를 이룸.
    • 향에 대한 갈증이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열고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원동력이 됨.
    • 소리를 붙잡아 기록하고 싶은 열망에 최초의 축음기 포노그래프 발명.
    • 욕망과의 전쟁은 실패한다.
      • 붉은 살코기를 먹지말라하면 마가린을 먹고 마가리는 재제하면 식용유를 먹는다.
      • 미국의 금주법 이후 암거래와 마피아 세력이 활개를 치며 법과 정부를 무시하는 풍토가 확상되었다.
      • 영국의 제임스 1세는 담배를 탄압하였으나 밀수입이 급증했고 그 외 히틀러 등의 독재자 그 누구도 담배를 몰아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 네덜란드의 경우 대마를 허용하자 오히려 마약으로 인한 피해가 줄었다.
    •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하는 현상. 애초에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기가 엄마의 웃음을 따라하는 것 처럼.
      • 이 때문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구분하기 힘들고,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 뇌와 감정
    • 맹점 채움 현상
      오른쪽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왼쪽 눈으로 십자가 모양에 집중한 후 모니터에 얼굴을 조금씩 가까이 가져가보자. 얼굴과 모니터 사이의 거리가 25cm 정도 되었을 때 왼쪽의 하트가 보이지 않는 구간인 맹점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의 두뇌가 하트를 글씨로 채운다는 점인데 이것이 맹점 채움 현상이다. 맹점
    • 미러뉴런 매칭 시스템
      •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미각 또한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 동일한 와인의 가격을 미리 알려주고 맛을 품평하는 실험에서 비싼 가격으로 칭한 와인의 맛이 좋다고 하는 현상은 이미 감정에 의한 판단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한 빠른 판단을 위해 온갖 기술과 편법을 동원하여 사실을 왜곡한다.
      • 즉, 모든 기억의 행위는 어느 정도 상상의 행위이다.
    • 기억이 없으면 판단의 기준이 없고, 적합한 감정도 일어나기 힘들다.
    • 자물쇠 효과
      새로운 것이 나와도 익히는 것이 귀찮아 원래 하던 대로 계속 하는 현상. 30대 이후 남자에게 두드러지며 평생동안 즐길 게임 목록이 마감되기 전에 새로운 것을 찾아 즐길 필요가 있다.
    • 휴지 상태 네트워크(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누워서 가만히 쉬기만 해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 일종의 명상과 같은 상태로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 등을 지원한다.
    • 환각사지
      없어진 손발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상. 절단된 부위가 재배선된 두뇌에 존재. 라마찬드란의 저서 “두뇌실험실”에 따르면 거울을 이용해 2개의 팔이 모두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한 후 움직이면 치유에 도움이 된다. 시각 정보는 팔이 움직인다고 하고, 체감각은 없다고 하기에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팔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지하게 된다. 놀랍게도 생각과 의지가 아닌 시각적 감각이 치유의 열쇠이다.
    • 최후통첩 게임
      공정함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조금의 이득보다는 상대방이 불공정하게 많이 가져가는 것을 맏는데 만족한다. 감정은 이렇게 사회적 활동과 관계를 통해서도 구성된다.
  •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이 스스로의 의지인가? 신경전달물질인가?
    • 도파민 : 우리 몸의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쾌락 유발 물질.
    • 도파민과 수용체의 결합으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코카인 같이 도파민의 수용을 방해해 쾌락을 지속시키는 마약이 있는가 하면 도파민 자체가 마약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체온을 유지하듯 도파민이 과할 경우 수용체를 줄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게 되면서 마약 중독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
    •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인류의 농경 기원을 식량이 아닌 마약 재배에서 찾기도 한다.
    • 세로토닌 : 평온함을 담당하는 신경 물질.
    • 엔도르핀 : 모르핀보다 훨씬 강력한 내인성 마약물질. 출산, 사망시 최대 분비.
    • 옥시토신 : 일시적으로 억제성 뉴런 활동을 억눌러 흥분성 세포들이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의 코에 뿌리면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뇌의 신경가소성 : 뇌가 학습이나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현상.
  • 무엇을 해야 할까?
    • 반복은 신경가소성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좋은 습관을 반복적으로 형성한다.
    • 행동과 감정은 한 세트이므로 행동을 바꾸면 감정도 바꿀 수 있다.
    • 올바른 감정이 샘솟을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꾼다.
    • 건강을 챙긴다.
    • 흥미진진한 일에 몰두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들만 정리해 보았음에도 상당히 많은 분량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 뇌와 감정에 관한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다스리기 위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기에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감정의 원리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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