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존교양



한빛비즈 출판사의 "생존교양(이용택, 김경미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아버지와 아들이 차 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죽고 아들만 응급실로 실려왔다. 의사가 아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 아들이 대체 왜!” 여기서 의사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이 퀴즈는 책 190p(스테레오타입 & 클리세 - 인쇄 기술에서 유래한 두 단어)에 등장한 오래된 퀴즈로, 책의 내용과 구성이 어떤지 소개하는데 있어 적절한 개념 하나를 먼저 소개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책 소개 전에 서두로 인용해보았다.

분명 20년 전 즈음 이 퀴즈의 정답을 제대로 못 풀고 프레임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는데 더 무서운 것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 또 오답을 냈다는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이란 사람들이 보기 전에 내리는 정의를 말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쉽사리 수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분들이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겠지만 만약 뾰족한 답을 내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답을 내 보시기 바란다.

스테레오타입


본 도서는 위 예시와 같이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졌으나 속에 깊은 의미가 담긴 한 차원 높은 교양을 담고있는 용어들의 유래, 사연을 깊이있게 풀이한 책이라 소개하면 적정할 것 같다.

서문에는 기자 생활 30여 년 동안 몰랐던 지식을 기록한 뒤 기억하기 위해 매일 정리한 저자만의 비밀 참고서를 각색한 글이라 밝히고 있다. 추측컨데 아마도 책 제목을 “생존”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이면에는 아마도 저자가 기자로써 생존하기 위해 정리한 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기자만큼 넓고 얕은 지식에 강한 직업군이 또 있을까? 이러한 지식으로 대표적으로 교양 지식을 들 수 있겠는데 이 분야에 충분히 전문가인 기자가 한 차원 더 높은 지식을 기억하고자 기록한 주제들은 아마도 한 차원 높은 교양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추측한대로 이 책은 150개의 흔하지만 만만치 않고 대충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오묘한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선별된 150개의 단어마다 약 2페이지의 분량을 할당해 유래, 정의, 진정한 의미, 연관된 사회 현상이나 철학 등을 설명한다. 깊이가 있는 하나의 단어를 선택해 마치 적정한 한페이지의 블로그를 읽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의 소개를 위해 150개나 되는 단어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는 바 독자인 내가 나름 분류한 체계와 대표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용어 몇가지를 간략히 예로 들어 대신 요약하고자 한다.


  • (유형1) 자주 들어왔지만 설명하라면 어렵단 말이지.
    • 페르소나
      고대 그리스 배우들이 사용했던 가면. 타인에게 외적으로 보이고 싶은 자기 모습.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어는 후에 인간을 의미하는 명사 Person이 되었다. 어쩌면 이런 다중성이 인간의 진짜 모습일지도.

    • 플라세보 효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마취제 모르핀이 부족하여 식염수 주사를 놓고 모르핀이라 말했더니 부상병 에게 모르핀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데서 비롯된다. 이른바 위약(가짜 약 처방) 효과로 가성비에서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로 소비 형태가 변하는 현상도 이에 해당된다.

    • 넛지
      팔꿈치로 은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행동경제학 진영에서 등장한 용어이다. 남자 소변기의 파리, 피아노 건반 모양의 지하철 계단, 신호등 앞의 노란 발자국, 산부석의 곰인형 등이 이를 활용한 대표적 효과이다.

    • 마타도어
      소의 정수리를 검으로 찔러 죽이는 투우의 대미를 맡은 이. 관동 대지진의 조선인 방화설, 서양 중세의 마녀 사냥이 대표적인 사례로 공포의 모략을 통해 약해져가는 교회의 권위를 되살리고자 하는 음모가 숨어있었다.

    • 앙가주망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쓴 장교 드레퓌스를 구원하고자 에밀 졸라가 양심의 소리를 낸 것이 앙가주망의 표본으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의미한다.

    • 아비투스
      수도사들이 매일 아침 챙겨입는 옷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어 습관을 의미한다.


  • (유형2)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제대로 모르고 있었네.
    • 유토피아
      진짜 의미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의미다. 그리스어의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단어가 결합된 말이다.

    • 더치페이
      더치 트리트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는데 실상은 남을 대접하는 네덜란드의 오래된 풍습을 의미한다. 적대국 영국이 트리트를 페이로 바꿔 각자 음식 비용을 부담하는 이기적이고 째째한 네달란드인이라는 뜻으로 비하하여 유포시켰다. 즉, 이 단어는 게르만 민족을 비하는 말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유형3) 한 차원 높은 사고를 위한 각 분야의 대표어들
    • 힉스입자
      만물의 근원이 되는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지는 입자. 이로 가득 채워진 힉스 입자장이 있는데 입자가 힉스 장을 통과하면서 어떤 상호작용을 한 결과 질량을 부여받는다. 최초에는 Goddamn Particle 이었는데 Damn이라는 욕설을 빼는 바람에 신의 입자(God Particle)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 재즈
      흑인들의 노동요, 영가, 행진곡, 유럽의 클래식 등 각종 장르가 섞인 혼혈 음악이다. 루이지애나 주의 크레올에서 발단이 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 시카고에서 부흥기를 맡는다.

    • 에고스, 파토스, 로고스
      설득은 아래 3요소에 달려있다.
      • 에고스 : 인격. 화자의 신뢰도
      • 파토스 : 감성. 청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정도. 친근감. 히틀러가 애용했다.
      • 로고스 : 논리.
    • 뫼비우스의 띠
      의외로 우리 생활 깊숙히 활용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도 뫼비우스의 띠이기에 양쪽 면이 고르게 닳아 수명이 길어진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도 뒤집혔다가 다시 출발점에 도착한다. 이분법의 고정관념에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 (유형4) 그러고 보니 이 말은 왜 그렇게 부르지?
    • 속죄양
      순하디순한 양을 왜 속죄양으로 만들까? 구약시대 유대인들은 염소를 잡아 신에게 바치거나, 사람들의 죄를 실어 사막으로 도망하게 하는 의식을 치렀다. 즉, 염소를 희생시키면 자신들의 죄가 없어진다고 믿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조 이성계가 양(羊)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꿈을 꿔 왕(王)이 되었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등 예전부터 양은 제사와 관련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 레임덕
      직역하면 절름발이 오리(lame duck)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영향력이 떨어진 공직자의 모습을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의 모습에 비유한 것.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곧 잡힐 것이기에 탄약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오리를 의미한다.


이는 150개의 단어 중 내게 인상적이었던 극히 일부 개념이기에 다른 독자분들께는 새로운 유형이 있을 수 있고 더욱 놀라운 교양 개념이 있을 수 있다.

한 장 한 장 가볍게 블로그 한페이지 읽는 기분으로 용어를 접할 수 있어서 읽기 편하다. 각 용어의 개념을 단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기에 막간의 짬나는 틈에 읽기 좋으며 머리 아파지기 전에 다른 개념으로 넘어가기에 어지간히 독서와 거리가 있는 분도 편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용어들은 결코 만만치는 않기에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교양을 얻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정말 궁금했던 유례나 의미를 속시원히 긁어준다.

한 층 교양의 수준을 높이고 싶은 분, 작은 개념 하나에서 고차원 적인 사고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 책과 담을 쌓은지 오래되어 책 읽기에 자신이 없으나 가벼운 독서 습관을 습득하고 싶은 분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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