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뉴스의 심리학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가짜뉴스의 심리학(박준석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책 제목이 자체로 신선해보이지만 내용 전체를 잘 대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괜찮다면 먼저 제목의 뉘앙스에서 풍기는 선입견을 다소 바로 잡고 싶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중심 주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나는 옳은데, 상대는 왜 그를까?
  • 진실에 다가가기까지의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방법
  • 정확한 눈을 가리는 인간의 특성 그리고 심리학
  • 정확성을 검증하는 도구 : 이성, 수학, 통계학
  • 언론, 전문가, 인플루언서의 거짓말 제대로 응징하기
  • 나의 항해 방향에 이상은 없는지 나침반 점검하기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방법이나 심리학 보다는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를 소개하자면 심리학을 전공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진실과 정확성을 다룸에 있어 매우 적합한 전문가라는 생각이든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 오하이오의 낚시꾼의 주인장으로 유명한 분기도 하다.

세간에 논란이 많았던 뉴스, 팩트, 주장들에 대해 과학과 통계를 활용한 냉철한 검증 잣대를 적용한 글들이 많아 유명해진 페이지이다. 주장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 포함된 통찰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결론들이기에 유명해졌다. 요즘 주류인 AI나 데이터를 연구하는 이들이 자주 들르는 페이지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게시글을 읽다보면,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나는 객관적인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도 이 질문에 흔쾌히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에 살면서 논쟁거리가 있을 때마다, 의견이 불일치 할 때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을 뿐, 내가 얼마나 정확하고 옳은데 상대방은 왜 이리도 모르는 것인지 답답해하곤 한다.

나 역시 상위 1%안에 드는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자신하며 살아왔는데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얼마나 자만스러운 생각속에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주어진 정보 - 뉴스 기사이든 어떤 주장이든 간에 - 에서 정확한 진실을 뽑아낼 줄 아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자신한다면 이 책으로 검증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 생각보다는 놀랄만한 결론이 나올 것이다.

정의, 정치, 사상 같은 여러가지의 답이 존재하는 혹은 답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정성적인 분야를 다루는 뻔한 책이 아니다. 정량적임에도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명확해 보이는데도 사람의 심리 구조상 착각하고 마는 주제들을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뭘 제대로 알긴 한걸까?”라는 무서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꼭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을 넘어서 너스레를 떨자면 소중한 인사이트를 공유해 준 저자에 대한 감사함까지 느꼈다. 그동안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했던 글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내 말이 허황된 과찬이 아님을 알 것이다.

더불어 읽는 방법에 있어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것이 있다. 이 책은 여느 책과 달리 정보를 얻는 책이 아니다. 책에서 다루는 질문, 문제들에 대한 답이 A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A인지 B인지의 결론이 도출되기까지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에서 다룬 과학적 접근법과 인간을 이루는 본성인 심리학을 이해할 줄 알아야 새롭게 맞닥드릴 주제들의 정확한 의도를 간파하거나 응징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1에서는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본다. 무엇이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향한 눈을 가리게 하는지 살핀다. 1 ~ 4장에서는 확증편향, 인지적 구두쇠, 동기화된 논증, 거짓진실효과 등의 이른바 인지적 편향을 다룬다. 복잡한 말보다는 책에서 제시하는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자.

4장(3, 8, 빨간색, 갈색)의 카드가 있다. 카드는 모두 한쪽에는 숫자가, 한쪽에는 색깔이 칠해져있다. “한쪽에 짝수가 적혀 있으면 반대쪽이 빨간색이다.”라는 명제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어떤 카드를 뒤집어 봐야 할까?

연필과 연필깎이를 합쳐서 모두 10,000원이다. 연필깎이가 연필보다 9,000원 더 비싸다. 둘은 각각 얼마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 그리고 해답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으로 인간의 재미있는 매커니즘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인지라는 비싼 자원을 최적화하여 절약하며 진화해온 종족의 특성이 우리의 눈을 진실에서 멀게 한다는 사실이나, 앞서 언급한 인지적 편향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5장은 조금 더 흥미롭다. 인지적 편향이라는 논거를 약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현상 휴리스틱(일명 통밥)에 대해 살펴보며 이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마치 정반합 구조로 기존의 주장을 강화시킨다. 6장은 사람과 컴퓨터를 비교해보며 여러가지 재미있는 통계, 과학 이야기를 다룬다. AI나 데이터에 관심이 있다면 6장이 가장 흥미로운 장이 될 듯하다.


챕터2에는 앞서 언급한 저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뤘던 주제들을 사례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즉, 아래와 같이 한동안 세간을 흔들었던 굵직한 질문들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 4.15총선, 사전 투표는 조작되었다?
  • 18대 대선 개표에 개입이 있었다.
  •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프루엔자와 똑같다?
  • 백신,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들로 저자와 같이 풀어보며 두가지 신선한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챕터1에서 이론으로만 느꼈던 매커니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리고 스스로의 판단이 얼마나 주관적이었던 것인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챕터3는 앞서 언급된 지식들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문가나 인플루언서들의 의견을 팩트 체크하는 방법에서 무조건 참일 것 같은 과학 뉴스를 검증하는 방법도 배운다. 마지막으로 살면서 더 정확 판단에 도움될 만한 Tip들이 소개되어 있다.


끝으로 이 책은 천천히 음미하는 것을 추천한다. 책이 분량도 많지 않고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힌다.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놀라며 급하게 읽기 쉬운 책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무기를 장착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살아온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보면서 저자의 주장과 맞서 싸우며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 인사이트를 길게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살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망망대해의 나침반과 다를 바 없다. 나침반이 고장나기 딱 좋은 정보가 차고 넘치는 좋은(?) 시절에 이 책을 통해 항해의 방향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보고, 나아가 스스로의 삶의 이유도 고찰해보길 바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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