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한빛비즈 출판사의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한지원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본 도서는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마르크스의 “자본”에 비추어 해석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현 시점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 및 분석을 다루는 1부가 한 축이고, 2 ~ 4부로 구성된 나머지가 한 축인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와 종말, 마르크스의 자본이 제시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세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은 내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나 똑같은 것이고 무조건 나쁜 것처럼 사상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기에 좋은 시선을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상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인 자유이니 본 리뷰에서는 자세하게 논하지 않겠다. 다만 그런 판단을 제외하고도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 두가지를 논하고 싶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가치는 경제학이다. 본 도서 1부에서 현 자본주의 경제를 과학적으로 너무 잘 분석하고 있다. 읽는 내내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경제서적을 자주 읽는 편이며 개인블로그에 관련 도서들을 서평으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차원이 달랐다.

경제 모델의 일부분이나 단편을 기가막히게 잘 설명하는 책은 은근히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전부 엮어 숲의 모습으로 일궈낸다. 현 시점 우리가 겪는 자본주의의 맹점들 - 이를테면 양극화에 대한 부분이나, 양적완화의 지속 가능성 여부, 적자재정으로 인한 정부의 부채 증가의 지속 가능성 여부 등 - 의 원인과 실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앞으로 아파트 값이 오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에서 돈을 풀고 있음은 이미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고 그렇게 돈을 계속 풀면 안될 것 같은데 그 현상이 지속되면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가능한데 아파트 가격을 전망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의도는 이런 현실 경제에 대한 분석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써 현 자본주의의 위기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1부 위주로 구성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론에 급급하거나 외국의 모델로 설명하느라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거나 일부분만 다루고 있는 그 어떤 서적보다 훌륭한 경제학 교과서라 평하고 싶다. 그 기반 지식은 탄탄한 고전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출발하기에 더욱 정교하다.


다음으로 논하고 싶은 것은 사회문제이다. 주로 2 ~ 4 부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겪는 단골 고민들을 역시 자본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민이란 쉽게 말하면 “벼락거지”, “경제적인 독립”, “갑질문화” 등으로 대표할 수 있겠다.

양적완화와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재정적자 정책에 따른 화폐 가치의 저하 그리고 차고 넘치는 화폐들은 소비를 통한 기업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들을 분석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생산물의 소유권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가에게 주어지고, 노동을 통제받고 임금 총액의 인상 뒤에 가려진 성과급의 이면 등을 파헤친다.

그 외 임금주도성장론, 기본소득제, 서비스업 규제개혁론 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들에 대해 다룬다. 각 쟁점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양측이 참고하기에 더 없이 좋을 만큼 객관적이고 풍부한 사료들을 담고 있어 이를 이 책이 가지는 두번째 주요 가치로 소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상적인 부분은 깊게 논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본 도서에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마르크스 자본주의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변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다.

자본주의에 맹점과 모순은 반드시 있다. 약 1%의 전세계 부자들이 세계 부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정상일리가 없다. 오히려 체제 붕괴가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양극화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아파가며 일하는데도 모이는 돈은 없는 걸까?”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조금 나은 서민일지라도 내집마련은 이제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살 수 없는 요원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일지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들이 다를 것이다. 무엇이 뾰족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주로 사상 문제에 귀결될 것이다. 어떤 사상이 보다 옳은 결론일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박학다식하고 냉철한 저자와 설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런 설전을 즐기고 싶지 않은 독자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유드린다. 위에서 소개한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두가지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뺨치는 스케일에 흠뻑빠지다보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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