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중세



한빛비즈 출판사의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중세(파니 마들린 저/다니엘 카사나브 그림/김수영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서양의 중세 시대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기사, 봉건제, 농노, 십자군 전쟁, 종교, 페스트, 신성로마제국 혹은 프랑크 왕국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수백년 서양 중세 시대를 2권의 만화로 요약한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렌Rennes 2대학 교수이며 귀족 계급과 교회 관련 연구 분야에서 프랑스 최고의 중세 전문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중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구성된 점이 장점이며 세간의 평과는 다소 다른 중세의 명확한 실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본 도서의 장점이다. 본 도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본 리뷰에서는 1, 2부를 다룬다.

먼저 책이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자.

1부에서는 프랑스 프랑크 왕국령에 위치한 다수의 국가와 군주들 사이에서 위그 카페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흐름이 소개된 후 그레고리오 개혁으로 대표되는 교회, 교황, 수도사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카페왕조
종교권력

당시의 전투 방식과 근친혼 위주의 왕가 혈통 계승 등 시대적 디테일도 읽어봄직한 요소들이다. 종교의 영향으로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농민들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상과 민주주의로 이어질 씨앗의 태동도 느낄 수 있다.

2부
2부에서는 주로 십자군 전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세 이야기를 다룬다. 1부에서와는 약간 다르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남녀 두명의 주인공들이 여행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1부 보다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예루살렘 정복 이후 연이은 패배로 교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서서히 약화되는 시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녹아있는 고딕 양식 등의 건축 양식, 성전의 미명하에 처참히 학살된 생명, 교황으로부터의 권력에 벗어나고 싶었던 왕들의 이야기, 템플 기사단으로 대표되는 기사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 십자군 고딕양식

책의 말미에는 만화에서 모두 다루지 못한 구체적인 설명도 담겨 있어 유익하다. 말미정리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서양의 중세를 떠올리면 암울하고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동방의 찬란한 문화에 한참 뒤떨어져 있으며 로마의 멸망 이후 서구 관점으로 쓰여진 세계사 교과서 조차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나마도 다루는 것은 십자군 전쟁이나 페스트, 봉건제와 같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네거티브한 소재들 위주로 다룰 뿐이다.

하지만 본 도서를 읽고나면 중세가 약간 달리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추악함과 무식함 모두 비춰졌던 이 시절이 르네상스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토인비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종교의 탐욕과 연옥의 출연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의 탈피를 위한 고뇌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은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했고 기사들을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속에는 새 시대를 열망하는 꿈틀거림이 담겨있고 페스트로 수 많은 목숨이 사라졌기에 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발전이 가능했으며 봉건제도와 농노제 속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씨앗이 탄생하였을 것이다.

본 도서를 통해 중세라는 암흑기를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수 없는 바닥중의 바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듯 바닥을 디뎌야 다시 뛰어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세계사 역사 책을 통한 일방적인 암흑기라는 인식 혹은 왕좌의 게임이나 아서왕의 검과 같은 최근 드라마 작품을 통한 겉멋든 로망 보다는 암울한 시기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비결을 배울 수 있는 시대라는 점에서 중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3부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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