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룻밤에 읽는 한국 근현대사



페이퍼로드 출판사의 "하룻밤에 읽는 한국 근현대사(최용범, 이우형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최근 100년 간 대중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소재를 중심으로 급박하게 펼쳐지는 긴장감과 고증을 검증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록 제 5공화국같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 실감이 부족했고, 영화 특유의 바랜 느낌이 팩트보다는 추억으로 나를 인도한 것이 약간 아쉬웠다.

문득 제 5공화국이나 유신 시절이나 민주주의를 빼앗겼던 우리에겐 기쁘지 않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시대상이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시간속에 치열했던 사람과 사람 간의 욕심, 속내, 모략, 생각, 의중이 생생이 내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점 이 장소에서도 주위에서 알아주지 않을 뿐 그런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재미를 넘어서 당시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지금의 나를 투영하여 막막한 현실에 뭔가 해답을 주진 않을런지.. 정부

이 책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근현대사는 우리 민족에게 정말 암울했던 시기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역사를 좋아하였고 20여 년전 고교시절에도 선택과목을 한국사나 세계사로 선택할 만큼 역사를 좋아했고 이 두 과목만큼은 만점을 놓친적이 거의 없다. 다만 역사와 관련된 불만이 딱 하나 있었는데 이 근현대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었다. 너무 암울해서 읽기 싫어 죽겠는데 시험 문제 중 50점은 이 시기에서 출제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어거지로 읽었다.

그땐 그저 역사를 재미로만 느꼈지만 이 책을 덮고나서 역사 그리고 근현대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책을 집필했던 자세를 흔쾌히 공개해준 덕분에, 그런 기조가 책 한 권에 속속들이 녹아있었기에 그간 경시했던 역사의 진면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역사를 통해 배울 것은 너무도 많겠지만 이 시점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역사의 소중한 가치는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하나는 “빛과 어둠“이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이 있다. 세상 순리가 그러하다. 역사에서는 이를 누누히 알려주고 있건만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저 한손으로 해를 가리는 식의 한 줌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빛을 보면 어둠을 찾고, 어둠을 보면 빛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비평의 시작으로 매사 비판적인 태도는 우리와 주위를 보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준다.

특히 요즘 세태를 보면 가관이다.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혐오, 좌파와 우파 진영의 대립 두가지가 가장 추악스럽다. 범죄자냐 아니냐를 나누기 이전에 남자와 여자를 나눈다. 그러면 남자와 여자부터 나누고 다시 범죄남, 무죄남, 범죄녀, 무죄녀로 나눌 것인가? 처음부터 범죄, 무죄로 나누면 아무 말썽 없을 일이다.

좌파 우파는 한 술 더 뜬다. 좌파를 추종하면 빨갱이라고 하고 우파를 추종하면 토착왜구라 한다. 굳이 나누라면 지금의 난 좌파 성향에 한 발 가까이 있다. 그런데 논리도 없는 좌파들에게 묻고 싶다. 토착 왜구로 싸잡힌 김영삼 대통령의 “일본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발언과 조선총독부 철거라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본 도서에서는 우리가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했던 역사의 단면을 빛과 그림자로 갈라놓곤 한다. 예를 들어 223p엔 3.1 운동 추진 세력이 이완용의 참여를 요청하는 등 민족의식 측면에 불철저한 모습을 드러냈음을 알리기도 하며, 97p에는 당시로서 드물게 양반과 유생이 평민 의병장 신돌석의 휘하에서 싸웠다는 등 상식으로만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는 자극을 던진다.

우매한 이분법 이전에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에 합당한 빛과 그림자를 찾는 건전한 비판의 자세의 중요성을 늘 역사가 알려주고 있지만 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의 가치는 “사람“에 의해 그려지는 역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중 상식의 암기는 사는데 거의 쓸모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주요 인물들이 어떤 동기에 의해 어떤 판단을 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속에 바깥 요소들은 어떤 작용을 했는지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쇄신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본 도서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3.1 운동은 아시아독립운동의 모델이 되었다. 별도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우리나라가 한류 문화로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한데는 당시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3.1 운동과 같은 상식을 거부한 창의성과 안목이 전승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한다. 비록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가정할지라도 3.1 운동을 분석한다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열쇠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왕정 체제하에 자유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학습된 무기력을 능가하는 근대 민중들의 삶이 어땠을지는 누구나 상상한 그대로일 것이다. 그럼에도 껍질을 깨뜨리고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로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나 항일의병전쟁 혹은 만민공동회 활동이 가능했던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렇듯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해답은 상식을 파괴했던 행보를 걸었던 위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근현대사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아닌 눈을 씻고 반짝이는 안목으로 지혜를 구해야 하는 장이라 생각한다. 다행히도 시간 상 가까워 많은 기록이 보존되어 있고 왜곡의 정도가 다른 시대에 비해 덜하기에 더욱 가치 있다. 사람

책의 내용은 1863년 흥선대원군의 집권기를 시작으로 1980년대 김일성 3대 세습체제까지 이어진다. 책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 서점의 소개글에서 제목만 봐도 대강의 역사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역사를 다룬 책인만큼 저자의 집필 자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저술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대전제를 고수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더 나은 길을 찾고자 집필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근현대사의 큰 흐름을 빠르게 정리하는데 이만한 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또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흑백 사진은 당시의 사건들을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상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정취

다만 제한된 분량의 단 한 권의 책에 역사가 빠르게 요약되고 있어 사극이나 영화를 보는 감흥을 느끼기는 어렵고 약간 무미건조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집필의도에 따른 트레이드 오프로써 단점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본인의 취향이 이러한 구성과 일치한다면 본 도서는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려 150년에 달하는 굵직하고 파란만장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빠르게 훑어보고 그 안에 빛과 어둠을 살피며 비판적인 자세로 역사에 숨겨진 통찰을 얻고 싶다면 본 도서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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