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획자의 독서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의 "기획자의 독서(김도영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네이버 브랜드 기획자가 책을 어떻게 읽는지,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기획이라는 일과 인생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접목해보는지 책을 통해 마주하는 세상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소 독특하다. 여느 책과는 달리 그 흔한 그림이나 도표 하나도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책은 음악이나 미술과는 달리 글이라는 매체에만 의존해 스스로의 생각을 펼쳐나가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혹시 Editor라는 직업을 꿈꾸기도 하는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책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꽤나 궁금하다. 저자도 책을 통해 같은 궁금함이 있다고 하던데 덕분에 공감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음에도 당장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겉모습이 유일하다. 그런데 서점에 가면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진다.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를 펼치며 미소짓는 노신사에게서 “왕년에 재즈 아티스트의 꿈을 꿨던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처럼 말이다. 나만 하는 생각인 줄 알았는데 책에서도 같은 생각이 언급되어 놀랐다.

낯설게 보기로 대표할 수 있는 저자의 생각도 흥미롭다. 우리가 집에서 주로 활동하는 반경이 겨우 25%라 한다. 일종의 학습효과일텐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상상할 수 없는 곳 먼저 구석으로 가서 논다던가 위험한 곳에서 무언가를 뒤지고 찾는다던가 그런 자세가 낯설게 보기의 일종이다.

기획에 종사하고 있어서인지 낯설게 보려는 노력이 책 곳곳에 묻어나는데 덕분에 새로운 프레임과 시각을 덩달아 얻을 수 있었다.

웹툰 작가 집에서 몇 주간을 함께 먹고 자며 작품 구상했다는 컨텐츠 매니저, 중고거래 사기꾼을 잡기 위해 경찰서로 더 많이 출근했다는 서비스 담당자, 가장 편한 UX를 찾기위해 지구 반대편의 쇼핑몰에서 직구하는 기능 기획자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때로는 아래와 같은 책의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특히 책에 밑줄을 긋지 않고 읽는 저자의 독서습관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처음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지금도 세상에는 수 많은 좋은 책들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면 다시 읽었을 때의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위해 밑줄, 메모의 유무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저자는 필모를 즐긴다. 그리고 밑줄이나 메모를 하고 싶으면 다른 곳에 옮겨적는다고 한다. 그 옮겨적는 과정이 귀찮아도 아마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런지?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리를 깨달으며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표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운 앎에 마구 밑줄을 긋고 노트 패드 등을 이용해 내 생각과 합친 새로운 생각을 메모한다.

나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새로운 지식이 들어온다. 덕분에 오늘 읽은 책의 기억이 내일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블로그로 리뷰를 남기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대신 한정된 기억력을 속박에서 자유롭게 풀어주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게 리프레쉬 해준다.

때문에 나는 블로그와 노트패드의 메모가 매우 소중하다. 내 머릿속의 뉴런과 축삭돌기에 지식이 한 번 지나간 통로가 있어 메모들을 다시 살피면 금방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저자의 방법과 비교해가며 배워나가는 과정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몰랐던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도 좋은 여정이었다. 세바시를 즐겨보긴 했지만 15분이라는 시간이 뇌가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일상을 살며 15분의 단위는 의외로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육아에 지치는 가끔 단비가 되어줄 것 같다.

독립서점이라는 서점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니 어쩌면 알고는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갈 생각조차 못했던 곳인데 주제나 분야가 한정된 서점이다보니 그곳에서 뜻이 통하는 애독가를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반응수집이라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만약에 네가 엄청 맘에 드는 여자가 생겼어. 패션 코디 조언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하기? 온라인에 질문하기?…“와 같은 질문을 지인에게 던져 돌아오는 답변의 취향과 상상력을 더해보고 왜 그런 결론과 선택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면 기획자의 일이 무엇인지 엿볼 기회도 생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자의 직업관도 보이고 책이 그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보인다.

모든 분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요즘 겉으로 보기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나와 기획을 하는 저자는 전혀 달라보이는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 속에 숨어있는 행복과 즐거움은 비슷한 모양이다. 저자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로 입체감을 언급했다. 단어만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어떤 즐거움인지 와닿는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덮고나면 책을 좋아하는 어떤이와 즐겁게 수다를 떤 느낌이 남는 묘한 책이다. 좋은 방법을 얻기도 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새로운 생각에 놀라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재미있는 수다에 동참하시는 것은 어떠실런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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