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프리렉 출판사의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오드리 탕 저/안선주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35세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 중학교 중퇴, 트렌스젠더라는 비범한 이력을 지닌 오드리 탕의 자서전이자 AI 시대 기술과 민주주의의 경계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저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세가지의 주제로 압축된다. 첫번째는 기술, 두번째는 민주주의, 세번째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조언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기술에 대한 통찰은 1장 “AI로 여는 새로운 세상”에 담겨있다. 기술과 사회의 경계선을 찾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다.

두번째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는 3, 4장에 담겨있는데 디지털 정무장관을 역임하며 추진했던 성과나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탄탄한 철학적 조예를 사상적인 기반으로 삼아 기술을 접목하여 대만을 코로나로 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마이너리티가 가져오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모든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꿈꿔본다.

마지막 개인적 차원의 성장에 대한 조언은 2, 5장에 담겨있으며 다소 자서전 성격이 강하다.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고 비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의 이력에 대해 언론 등의 질문과 인터뷰가 잦았기에 이에 대한 대답을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세계 각국에서 중시하는 프로그래밍 사고가 어떤 것인지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한 조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책이 출간된 배경에는 한 일본 출판사의 움직임이 컸던 것 같다. 일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출판 문화의 선진국 답게 다양한 주제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일본 출판 업계는 책으로 잘 담아내는 능력이 있다. 대만의 천재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었고 덕분에 배울 점이 많은 책을 읽을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대만의 정치, 사회 구조를 어느정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대만과 일본의 문화나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대만민국의 독자로써 오드리 탕의 한국에 대한 견해 및 조언은 없었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주제에서도 메인 주제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저자의 공인된 현 위치는 대만의 정무장관 역할인 바 저자 스스로도 매일 고민하는 주제가 책에 반영된 듯 하다.

민주주의라 하여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한 바람직한 사회의 방향을 다루는 것이기에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민주주의 프레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지만 내게 인상깊었던 주제 두가지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지방에서 먼저 5G망을 도입하는 대만의 정책이다.

최근 읽었던 한빛미디어 박태웅 의장의 저서 눈 떠보니 선진국와 겹치는 주제도 많다.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에서는 도시철도역을 3개 이상 놓아준 강남, 서초의 동이 60%가 넘는데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요즘들어 인구 절벽의 문제를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출산율 저하로 내가 환갑이 될 시점에 대부분의 지방 도시는 소멸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과 행동은 모순 투성이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의 공유 가치가 중요시 되는 현 시점에 5G망을 지방에서 부터 구축하여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대만의 정책은 분명 본받을 점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어느 나라의 정책과는 너무 달랐다. 부끄러운 일이다.

AI를 연구하는 나로써도 같은 생각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활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인데 다들 AI 시대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저자의 말대로 그렇게 수동적으로 결정된 미래를 받아들이며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했다면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설명을 할 수 있는 책임을 지는 것과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정책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한 것이다.

불안에 떨고 있을 시간에 활용의 주체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또 다른 주제 하나는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대만의 노력이다. IT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공유와 자발적 통제의 성과는 대한민국이나 대만이나 세계인들의 평가가 좋았으니 큰 비교거리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만은 이에 더해 국경 봉쇄와 통제에도 신경을 기울였는데 2003년 사스의 타격으로 우왕좌왕하며 흔들렸던 경험을 축적한 세대가 현 정국을 이끌고 있어 당시의 준비가 지금 빛을 발한 사례가 된 셈이다.

덕분에 락다운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그룹의 국가가 되었는데 대한민국은 국경 봉쇄만큼은 효율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 대만은 사스 당시 락다운이 필수 불가결하면서도 GDP 등 경제 측면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인지를 몸소 느꼈기에 락다운을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락다운 만큼은 실패했고 경제와 보건 사이의 괴리를 낳았다. 아직까지 이 정책이 옳은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또 기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활용했는지에서도 약간 반성할 여지도 보인다. 아직까지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지, 어떤 홈페이지에 방문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반면 대만은 네 자리의 전화번호가 명확히 지정되어 있으며 어느 플랫폼에 접속해야 하는지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문화, 경제를 추월했다고 해서 대만의 저력을 다소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확실히 대만 사회 구성원들이 이뤄나가는 행보에 배울 것들이 많다고 느꼈다. 중국의 영향력에도 긴 세월 독립국의 신분으로 경제, 사회 영향력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이 지켜나가는 그들의 생존 배경은 우리의 남북 관계의 자극 이상으로 강력한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오드리 탕 장관의 자서전 성격의 글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갈등과 불신이 만연한 지금 계층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메이저들이 마이너들과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는 양상도 자주 보인다.

일전에 유명했던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세종대왕과 정도전의 손자 정기준의 철학적 토론은 비록 드라마이지만 우리 시대 저변에 깔린 깊은 고민이 반영된다.

“글자가 백성 모두에게 퍼져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한 명 한 명의 욕망이 모여 거대해진 파도를 임금 혼자서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기술은 집단지성을 아우를 수 있게 해준다. 또 당장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뜨거운 토론의 장이 무르익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화가 나는 것은 소통이 되지 않음에 있지 소통 중인 상태가 지연되는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의 의견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오드리 탕의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사견을 존중한다. 집단 지성 기술 위에서 마이너리티의 다양성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와 나는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기에 하늘과 땅만큼의 가치 차이가 나는 위치에 처해 있지만, 같은 연도에 출생한 친구로써의 친근한 느낌도 든다. 비록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일지라도 그의 생각을 많은 부분 지지하며 그가 성장해 온 배경을 반면 거울 삼아 내 삶에는 무엇이 없었는지 반성해 볼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 바꿔나갈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거나, 그 안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거나, 한 천재의 일생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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