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국 주식으로 시작하는 슬기로운 퀀트투자



한빛미디어 출판사의 "미국 주식으로 시작하는 슬기로운 퀀트투자(김용환, Yubin Kim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미국 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투자 기본서이자 백테스팅까지 다루는 개발서이다.

굳이 나누자면 문과 영역에 해당하는 투자 및 경제 지식과 이과 영역에 해당하는 Python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백테스팅 개발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책인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구성임에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성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한국거래소 퀀트 출신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종사하는 업무의 도메인 덕에 투자와 기업분석에 대해 이론적으로 꿰뚫고 있으면서도 퀀트의 중요 스킬 중 하나인 프로그래밍 및 데이터 분석에도 능통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몇년 전 부터 AI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데이터 분석을 학습하였고 최근 미국 주식 투자에 뛰어든 독자로써 이런 유형의 책이 절실했는데 마침 찾던 책을 만날 수 있어 너무 기뻤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 Pandas나 Python을 다루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백테스팅도 퀀트마다 접근하는 방식이나 프레임이 천차만별이기에 다른 퀀트들의 흐름이나 방식을 익히고 싶었는데 이 책이 상당 부분을 궁금증을 채워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늘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한 기업분석 그리고 이를 통한 가치주, 우량주 선정이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였는데 지금까지 읽은 어떤 투자 기본서보다도 쉽게 쓰여져 있어 이 부분은 더욱 만족스러웠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은 최근 3일간 이동평균인 MA(3)를 구하는 문제이다. 이동평균선이 무엇인지 글로만 읽는 것 보다는 저자가 낸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풀어보면 더욱 확실한 개념 정립이 가능할 것이다. 이동평균계산

이동평균선 관련하여 기저에 깔린 개념들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초보자도 쉬운 이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표준편차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이동평균선은 말그대로 몇일 간의 주가를 평균낸 것이기에 편차가 소실된다.

데이터 분석에 입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차나 분포가 주는 시그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데 차트에서 실제 봉이 분산을 표현한다면 이동평균선은 분산을 제거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과서적인 데이터 분석 개념을 실제 활용하는 데이터와 연결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프로그래밍에는 자신이 있지만 데이터 분석, 경제, 재무에 취약한 사람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아래 그림은 기업분석에 필요한 미국 재무 관련 용어들을 한글로 정리한 표이다. 한글화

영어에 제법 능숙한 사람도 관련 전공 지식이 없다면 실제 용어를 해석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용어가 뜻하는 공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투자 분야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용되는 단어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미국 주식 투자에 참여한 이후로 용어 때문에 가치 투자가 쉽지 않아 이런 용어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속칭 주린이라 불리는 초보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한 의도가 돋보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문과 지식이 부족한 내게 개념이 쏙쏙들어오는 구성도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그레이엄의 청산가치를 명확하게 이해시켜주는 기본서는 접하기 어려웠다. 그레이엄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기업의 디폴트는 피해야 할 1순위 위험요소일 것이다. 최근 에버그랑데라 불리는 헝다 그룹이 부채를 3회에 걸쳐 상환하지 못했는데 해당 주식에 투자한 이들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해보면 위험성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만 봐도 현금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기업 부도의 위기가 닥쳤을 때 부채에 해당하는 영역을 모두 상환하고도 주주들에게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안정성이 중요한데 그레이엄의 경우 이를 유동자산에 한정된 부분만 청산가치로 인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자부도 즉, 기업의 이익이 흑자임에도 당장의 부채를 상환할 소정의 현금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안타까운 부도를 상기하더라도 투자할 기업의 안정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청산가치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중 그레이엄의 경우 비유동자산 성격의 부동산 등의 자산은 현금화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급매는 항상 제 가치를 받지 못하기에 청산가치의 범위를 유동자산에 한정지은 것인데 책에서는 직관적인 그림과 함께 기업 분석에 필요한 내용들을 매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가끔 혼동되는 용어들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데 같은 것인지 해메이기 일쑤인 용어들도 잘 짚고 넘어간다. 자산총계, 부채총액이 서로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워 수치 환산 및 수식 적용이 어려울 때가 있다. 애매한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저자의 업무 도메인 지식에 기댈 수 있는 특징들이 책에 자주 등장한다. 용어

또 주식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기업 가치 분석과 관련된 PER, PBR, PSR, PCR 과 같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치주나 우량주를 찾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 재무 지표라 할 수 있는데 유명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서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를 차용하기도 한다. 슈카월드

이 영어 약자 용어들의 공식은 사칙연산에 불과하여 분명 책을 읽을 때는 이해가 잘된다. 다만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 일정시간이 지나고 다시 바라보면 무슨 뜻이었는지 회상하는데 부하가 걸린다.

일단 영어라는 이유로 한번 딜레이가 발행하고 약자이기에 실제 의미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더러 재무제표의 기본을 상기시키느라 한참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위 그림은 정말 직관적이다.

주가, 자본, 이익 3가지 주체요소와 이들과의 관계정도만 확실히 뼈대 지식으로 기억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 등장하는 새로운 용어들은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고지식하게 논문, 학술자료, 투자의 신들의 정보만 인용한 것이 아닌 유튜버 등 실전적이고 친숙한 일상용어로 풀어 나가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존버”라는 단어가 책에 등장하는 것은 생소했지만 품위나 따지는 애매한 표현보다는 이런 일상용어로 독자가 진짜 무엇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슈카월드 외에도 유명 유튜버 사경인 회계사, 뉴욕 주인의 에드가 공시 시스템 기업 분석 방법 등 한 번쯤 볼만한 자료들이 구석구석 소개되고 있다.

너무 문과적인 요소들의 장점만 소개한 것 같아 책의 메인 주제인 백테스팅에 관해 소개해볼까 한다. 백테스팅의 기본 구성은 2장에 매우 잘 소개되어 있다. 백테스팅

구글 코랩에 접속하여 핀터스텔라라는 라이브러리를 설치한다. 핀터스텔라는 라이브러리 이름이기도 하지만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면 모의 백테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가 없어 추정컨데 아마도 저자분들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백테스팅에 있어 필요한 API를 잘 추상화하여 제공하는 라이브러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세를 가져온 후, 주가를 살펴보고, RSI 등 특정 지표를 활용하여 투자 전략을 셋팅한 후, 포지션을 적용하고, 수익률 계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함수 몇개로 손쉽게 적용해 볼 수 있다.

가끔은 MACD 지표를 산정하는 소스코드를 분석하며 라이브러리 밑단을 살피기도 하는데 추상화된 라이브러리가 제공하는 기능 이상의 개인화 작업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한 배려라 볼 수 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제공하는 라이브러리 이상으로 개인 투자자가 심도있는 라이브러리 조작을 해야할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대로 따라하다보면 소스코드 한 줄로 멋진 차트가 그려지는 것에 놀랄 것이다. 특히 181p에는 각종 지표의 장점을 취합한 투자 전략을 백테스팅 적용해보기도 하고 7장에서 앙상블과 유사한 형태로 각종 전략을 혼합시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접근법도 소개되어 있다.

뻔한 기초 지표만 소개되었으면 책의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실전에서 해볼법한 아이디어들이 포함된 것은 책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그 외에도 미국 주식의 특수성 특히 한국 주식과의 차이점이 잘 소개, 정리되어있어 분명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테스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는 호기심 많은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주식 투자를 하고 나서 수익도 제법 발생하지만 더욱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일단 시간대가 마음에 든다. 장 오픈 시간이 오후 10:30(서머타임 기준)이기에 직장 업무와 독립적으로 분리된다.

퇴근 후 차트를 마음껏 분석해볼 수도 있고 또 특정 시간 이후 취침해야 하기에 원칙을 잘 고수한다면 감정적으로 뇌동매매 할일도 줄어든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도 쏠쏠한 보너스이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강력함도 보여준다. 개인 성향별로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종목 수도 많고 레버리지, FTF, 개잡주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고려해야 할 Factor가 적다는게 매우 큰 장점이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정신이 없다. 미국 주식의 동향,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헝다 사태 혹은 석탄 원자재 가격 급부상 등 우리 수출 교역액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눈치도 봐야한다.

거시적으로 금리나 테이퍼링이 어떤 돌발 변수를 미칠지에서부터 금시세, 환율, 마지막으로 한국의 시장부터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 분석에 이르기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왠만한 고수가 아니면 주위에서 누가 루머를 퍼뜨리거나 애널리스트의 잘못된 리포터를 읽고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주식을 하고 나서 부터는 Factor가 매우 줄어들어 얼마나 단순하고 편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미국 주식 거래 HTS, 수수료 등이 파격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해져 한국 주식 인터페이스와 대비하여 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대상 독자로는 AI 관련 데이터 분석에 정통한데 주식 관련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Python이나 주식이 처음인 분들도 적합할 것 같다.

문과 지식은 충만하나 프로그래밍이 처음인 분들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한다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보다 개인화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Python, Pandas, MatPlotLib, Seaborn 등 데이터 분석 전용 프로그래밍을 기초부터 학습할 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 책은 기술과 투자의 업무 도메인이 적절히 조화됨은 물론 한 권의 책으로 백테스팅까지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모든 것이 담겨있진 않지만 주린이들이 처음 도전하여 수십 권의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지식 대부분이 쉽게 정리되어 있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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