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림으로 배우는 양자 컴퓨터



영진닷컴 출판사의 "그림으로 배우는 양자 컴퓨터(미나토 유이치로 저/이승훈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중첩, 얽힘으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크게 양자게이트와 어닐링이라는 양대산맥으로 이루어진 양자컴퓨터에 응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책으로 Python 기반 시뮬레이터를 실습 및 비즈니스 영역에의 적용 방법까지 담고 있는 양서이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양자(원자, 중성자, 양성자, 전자) 세계의 물리법칙을 양자 역학이라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즉, 이해하기 힘든 물리적 현상이기에 어렵기로 악명높다. 루머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기의 천재 리차드 파인만이 양자 역학 강의 시간에 했던 말이 화자될 정도이다.

“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자연 자체가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참고로 양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퀀텀(Quantum) 리뷰에 소개한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만화책이며 내가 아는 한 양자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양자 역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는 감히 말할 수 없으나 이 책을 읽고 양자 컴퓨팅에 응용되는 양자 역학의 대표적 성질이 중첩과 얽힘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먼저 중첩은 양자가 관측 직전까지 확률적인 상태를 갖고 있음을 말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관측)하기까지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또,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 알갱이를 하나씩 쏘았음에도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 성질의 간섭무늬가 나타나지만 관측 즉시 슬릿의 모양대로 무늬가 발생하는 입자적 성질을 띄는데서 양자는 중첩의 성질을 갖고 있음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말도 안되는 일 같지만 실제하는 일이다. 1일수도 있고 0일수도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 확정되는 이 현상을 믿고 말고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지만 어쨌든 양자컴퓨터는 이 현상을 활용한다.

기존 컴퓨터가 N비트에 2^N개의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면, 큐비트의 경우 동시에 두 값을 가질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1개의 양자 비트로 블로흐 구의 X, Z축에 해당하는 2가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므로 2^2^N개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수학과나 컴퓨터 공학과라면 NP-Complete 문제를 잘 알고 있을텐데 양자컴퓨터의 시간복잡도를 생각하면 왠만한 연산은 Polynomial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고속성이 바로 중첩을 활용한 양자컴퓨팅의 목적 중 하나이다.

두번째 중요한 개념은 얽힘이다. 이는 두 양자간에 얽힘이라는 현상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둘 중 하나의 양자의 값이 확정되는 순간 다른 하나의 양자는 반대의 값을 갖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론적으로 두 양자가 시공간적으로 얼마나 떨어져있어도 얽힘이 즉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성질은 상식적으로 중첩보다도 더 말이 안되는 느낌이다. 아직까지 우주에서 가장 빠른 물질은 빛인데 빛보다도 더 빠른 정보 전송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응용의 관점에서는 이를 활용하면 초고속 통신망이나 보안에 활용할 수 있다.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정보의 전달 능력은 물론이고 해커 등이 관측하는 순간 특정값으로 확정되기에 도청이 불가능한 개념이다.


바로 여기까지가 이 책이 담고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양자 역학은 접근하기 까다로운 내용이므로 책의 중요한 개념을 무작정 리뷰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걱정되어 먼저 챕터 2를 중심으로 소개된 양자 역학의 개념과 내가 아는 상식을 이용해 최대한 쉽게 풀어 시작해보았다.

지금 부터는 책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을 몇가지 소개해보겠다.

아래 그림이 양자 역학의 특성을 가장 잘 도식화한 것 같아 캡쳐해 보았다. 양자역학

첫번째 그림 중첩, 얽힘은 위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생략한다. 두번째 그림은 블로흐 구 라는 양자 상태를 시각화한 그림인데 우리 눈으로 보이는 세계(거시세계)에서는 Z축만 보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Z축은 관측으로 확정된 값이고 X축은 확률적인 상태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번째 그림의 성냥개비 처럼 생긴 바를 유니터리라 하는데 이는 펄스 제어장치에서 쏘는 마이크로 파로 제어한다. 이 유니터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네번째 그림과 같이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게된다.

블로흐 구의 상세 도식은 다음과 같다. 블로흐구

기존 컴퓨터는 논리회로를 기본으로 게이트 조합을 통해 전가산기, 반가산기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지시에 따라 이미 H/W적으로 확정된 회로 중 어떤 것을 활용하여 연산할지 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양자 게이트의 경우 S/W이다. 프로그래밍 하듯이 자유롭게 조합한 후 이를 펄스 제어장치가 마이크로파를 QPU에 쏘아 양자 비트의 유니터리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양자게이트

이를 위해 마치 논리회로와 유사한 양자 회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3단계로 이루어진다. 양자회로도

다만 현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 얽힘 상태를 수백 마이크로초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 활용에 제한이 있으며 그 때문에 범용적 성격을 갖는 양자 게이트 방식의 상용화는 더딘 편이며 대신 어닐링 방식이 상용화에 조금 더 근접해 있다. 어닐링 방식은 챕터 7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소개한 양자 역학과 양자 컴퓨터의 개념이 책의 핵심이지만 그 외에도 책은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다.

개념만으로는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저자가 직접 개발한 Python 기반의 시뮬레이터인 Blueqat, Wildqat을 실습한다. 이를 통해 양자 회로도를 통한 중첩, 얽힘, 덧셈을 실습해 볼 수 있으며 게이트, 어닐링 방식 모두 실습할 수 있다. 실습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상의 변화, 비즈니스 측면 등 활용 측면이나 전망에 대한 정리도 잘 되어 있어 매우 유용한 책이다. Zapata Computing, D-Wave, Rigetti, QCI, Qlueqat, MDR, Google, IBM, MIT 등 다양한 회사 및 연구기관의 노력도 소개되고 있다. 특히 양자화폐에 대한 언급은 짧막했지만 인상적이었다.

양자 컴퓨터가 활용될 만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AI 진영은 물론 시큐리티, 최적화, 분자 구조 안정화 등 재료 계산, 초고속 통신망, 조합 최적화 문제 등 지금까지 고속화의 난제로 발전이 정체된 대부분의 영역에 유용하게 횔용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매우 얇지만 양자 역학의 세계로 뛰어들기 위한 충분한 개념과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입문하는데 높은 장벽을 가진 양자 역학의 개념을 그림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매우 마음에 들며 양자컴퓨터에 뜻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또, 일본 특유의 책 스타일 답게 컴퓨터 구조, 논리회로, 부울연산, 소인수 분해를 푸는 쇼어 알고리즘 등 선수 지식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친절함을 베풀고 있어 수학, 과학에 조금 흥미있는 독자라면 관련 지식이 전무해도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양자 역학이나 양자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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