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수오서재 출판사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세계적인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저서로 인생을 대하는 본인 스스로의 가치관, 아버지이자 교육자로써의 교육 방침과 철학 등이 담겨있다.

책을 읽게 된 계기에는 세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수 년 간 분데스리가에서 EPL에 이르기까지 손흥민 선수를 지켜보며 끊임없는 성장세와 눈부신 활약이 어떻게 그리 꾸준할 수 있었는지 늘 궁금했다.

다음으로 손흥민 선수의 성공에 아버지의 헌신과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세간의 평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의 헌신이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아빠가 된 이후로는 아버지의 역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저자 본인이 직접 본인의 인생을 공유하였기에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특정 분야에서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한 한 사람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난 저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인생이지만 노력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행해왔다고 생각했기에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누군가의 가치관과 조언이 절실했다.

책을 덮고 난 후 결국 이 세가지의 목적을 모두 얻을 수 있었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스스로의 인생을 공유해 주신 저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본 리뷰는 내가 책을 읽게된 세가지 이유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보려 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 말은 그냥 읽으면 너무도 당연하고 식상하기까지 하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흔하고 뻔한 말에 함정이 있다면 익숙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그 진의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데에 있다.

EPL 최고 공격수 선정, 푸스카스상 수상 등 손흥민 선수의 성공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꾸준한 성장세이다. 도대체 해가 갈수록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그의 실력에 어떤 비결이 숨어있는 것일까?

물론 손흥민 선수의 타고난 재능과 피땀어린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겠으나 그 저변에 기본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가치관이 베여 있었고 끊임없는 훈련으로 그 가치관을 행동으로 옮겼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손흥민 존이 그렇다.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간에는 손흥민 존이 두 군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다섯군데나 된다고 한다. 손흥민 존에서 출발한 공은 대부분 골로 이어진다. 그 곳에서 상대수비수가 손흥민 선수를 놓친다면 해설자의 큰 질책을 받는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기본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 중 하나가 습관이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과 반복 그것만이 기본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춘천 공지천 운동장에서의 훈련 비화가 그렇다. 양발에 능한 선수가 되기 위해 왼발 500개, 오른발 500개 하루에 도합 1,000개의 슈팅 훈련을 했다.

그도 모자라 한 여름 땡볕에서 얼굴이 검게 변할 정도로 연습을 했고 멈춰있는 공이 아니라 저자의 패스를 받아 슈팅했으며 그 마저도 골키퍼의 팔이 절대 막을 수 없도록 감아차기로 슈팅을 날렸다고 한다.

몇 년 전 언론에 등장한 손흥민 선수의 인터뷰에서 얼굴이 왜 이렇게 검게 그슬렀는지 의아한 적이 있는데 그런 사연이 숨어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음으로 아버지로써의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가정의 아버지로써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면 그의 아버지는 세계 최고의 아버지이자 교육자라 생각한다. 손흥민을 향한 지도와 이끔에 담긴 그의 철학을 간추려 요약해 본다.

  •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

  • 사람이 먼저이기에 축구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존중과 예의는 그가 말하는 기본 중의 하나이다.

  • 언론에서 혜성같은 선수가 등장헀다고 하지만 혜성같은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등장하기까지 공을 컨트롤하는 능력, 밸런스,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 20대 전반이라면 넘치는 에너지가 있지만 20대 후반은 그렇지 않다. 그때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져가는 비운의 천재도 기본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 자유는 창의성의 원동력이다. 부모의 불필요한 잦은 간섭은 자유를 방해한다.

  •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하기 위해 월급을 덜 받는 직장을 가서 시간을 확보해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농업이나 기술을 배우는 학교에 가서 일찍 방과 후 하고 싶은 것을 한다.

  • 손흥민이라면 그 하고 싶은 것이 축구가 되겠고 내 아이라면 그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될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답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 시경
    백리길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알아야 한다. 손흥민이 상을 받고 돌아오는 날 그 누구보다도 기뻐해야 할 아버지는 오히려 걱정을 한다. 스스로의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해지기 쉽고 더 나은 발전에 대한 굶주림에 옅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로피와 영광스러운 기사들을 분리수거하다니 말이나 되는가? 읽는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을 곱씹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대부분의 이들은 스스로의 성공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운이나 요행은 아니었을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다시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러니 자타공인 할 수 있는 증표가 소중하다. 그런 증표가 없이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와 실력이 있다면 그런 물질적인 것들이 필요가 있을까? 그런 남들의 공인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정진하는 그의 가르침이 비범하다 느껴졌고 배운 점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인생 반추가 정겨웠다. 특히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과 독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

나 역시 나이가 들다보니 심플한 것을 중요시 여기는 성향이 강해졌는데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저자는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소유에 대한 개념이다.

소유는 내가 어떤 것을 소유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 것의 소유를 받게 된다는 통찰에 깊이 놀랐다. 저자는 불났을 때의 상황을 예로 드는데 불난 상황에서 그토록 원했던 소유물을 건지려하다 스스로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든 명품이든 그것을 소유하고 유지하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가졌다고 말하지만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소유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확실한 인간 관계 외에 불필요한 인간 관계를 정리한다거나 집에 불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버린다든가 하는 행위의 가치가 모두 이 주장에 담겨있다 생각한다.

내 뜻을 오롯이 펴기에도 짧은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 사로잡혀 인생을 낭비할 순 없다. 조선의 청백리들이 가난한 집에 서책 하나만 놓고도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살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각한다. 저자는 이를 담박한 것이라 표현하고 나는 심플한 것이라 표현하는데 어쨌든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저자는 독서를 좋아한다. 책이 배송왔을 때의 기쁨을 표현한 대목이 있는데 독서광이라면 그 곳간이 가득차고 마음이 설레는 기분을 누구나 알 것이다.

나 역시 책을 너무나 좋아하여 그 기분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정리하고 별도의 독서 노트를 만들듯 그 역시 독서노트가 보물 1호라고 한다. 저자의 독서법이 참신했는데 3가지 색상의 볼펜으로 3회독 후 독서노트를 만들고 꽉차면 새로운 노트에 또 정리하여 기록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그 어떤 사람도 책에 흠뻑 젖어 있을 때는 책의 내용이 생생하겠지만 알상으로 돌아서면 그 책의 교훈히 잘 떠오르지 않음은 누구나 겪는 현상이다.

처음엔 머리가 좋지 않거나 기억력이 부족해서인가 의심도 해봤지만 그렇지 않다. 비슷한 환경에서 떠 올리면 다시 잘 떠오르는데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범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머리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배웠으면 꾸준히 내 머릿속에 맴돌게 하는 반복이 있어야 오롯이 그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번 읽고 독서노트에 옮기고 또 새로운 노트를 만들며 익힌 지혜를 머릿속에서 되뇌이는 독서법 하나에도 그의 기본을 중시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또 기본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얻었다. 손흥민 선수 경기 시합 전 날이 아닌 이상에야 늘 꾸준한 시간에 기상하고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새벽의 여유를 즐기며 정신의 건강도 챙긴다.

운동과 건강을 챙기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신체의 리듬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늘 부족하여 체력이 저하되고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운동 자체보다 리듬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저자가 노력해 온 일상이 재미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줄 아는 선수가 되기 위해 한 쪽 발 축구화에 압정을 둘 정도의 피나는 노력이 인상적이었고 부상으로 축구계를 은퇴하는 모습이나 은퇴 후 일용직으로 전전긍긍했던 모습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부분의 가장들이라면 동병상련의 애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축구에 뜻을 품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한 사람의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다. 그 외에도 인생을 멋지게 사는 한 선배에게 밤새 술자리에서 조언을 구하고 낭만을 얻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싸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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