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돈의 정체



에이콘출판사 출판사의 "돈의 정체(이병욱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조개 껍데기에서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돈의 역사를 추적하며 속성을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욕심이 어떤 매개체로 작용하였는지 알아보며 거시 경제의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양서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돈을 벌고 싶다면 돈과 사람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돈을 벌기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지만 중요한 필요조건이 된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비트코인을 사겠다고 주위에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이벤트는 돈의 속성을 읽고 기회를 기다린 사람들이 알아보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금본위제가 폐지된 1970년대 돈의 속성을 잘 공부해 온 사람이 있었다면 양적완화를 점치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시장에 투자를 했을 것이다.

일론머스크같은 희대의 사기꾼 - 테슬라 주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은 이들에게는 영웅이겠지만 내게는 사기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이 트위터로 키보드 워리어 짓거리를 하는 것도 그가 돈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키보드질 몇 번으로 그는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쥐었고 며칠 전 미국 민주당에서 억만장자 세금이 거론되자 트위터에 자신의 주식을 매도하길 바라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대로 열심히 최고점에서 매도하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자면 똑똑한 머리를 인정해야 할 진 몰라도 사기꾼이 아니라 생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은 돈과 경제라는 어려운 속성을 재미있는 일화와 역사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마음에 들지만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깊이 공감하는 바가 많다.

이 사회에 공정성이 화두로 작용하고 있고 사실 초등학교 이후의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서도 우리는 돈 밝히는 것을 더러운 것으로 교육받아왔다. 한 술 더 떠 땀 흘리며 벌지 않는 사행성을 내포한 수단이나 불로소득으로 돈을 버는 행위는 경멸시 되어왔다.

그렇게 교과서대로 산 사람들은 건강이 악화되거나 벼락거지로 강제 신분 하락되고 그 반대로 산 사람들은 커다란 자산가가 되어가는 오늘날의 현실에 당시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져 주는 사람은 없다.

정치 꼬락서니도 신물이 난다. 열심히 일한 자가, 땀 흘린 자가 부자가 되고 놀며 노력하지 않는 자가 거지가 되는 세상은 개미와 배짱이 일화에서만 진실인 이야기이다. 보수가 가진놈만 배불리해줘서 신물나서 민주당을 뽑았더니 민주당은 서민을 거지로 만들지를 않나 배급제 유사한 정책으로 땀흘리지 않은 자가 배 두들길 수 있게 도와준다.

자본주의는 금본위제 폐지이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학교는 교과서를 빌미로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쳐 부자들이, 기득권 층이 편안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희생되도록 세뇌 당해온 바 나는 더이상 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서민이 적은 노력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부동산, 주식 등에 눈을 돌려서 그나마 세월이 깍아 온 내 땀의 가치를 메꿔나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점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매우 가치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며 사람들의 욕심을 읽을 줄만 알아도 부의 기회가 다가왔을때 놓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 어려운 돈과 경제 이야기를 이처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낼 수 있는지 저자의 전달력에 감탄한다. 돈의 형태가 변화되며 속성이 바뀐 과정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필리핀 근처 얍 섬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돌이 화폐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조개껍데기는 들어봤지만 돌이 돈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돌화폐

그동안 경제 관련 서적을 수 백 권을 읽어왔음에도 처음 접하는 일화도 많았다. IMF와 관련하여 모라토리엄을 선포하지 않았던 행정 관료의 무능함 이야기는 처음 들었고 당시 외환위기의 장본인이 조지소르스 등의 투기꾼인줄도 몰랐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 시 7인의 동의를 얻는 등의 절차도 늘 궁금했던 부분인데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고 마이너스의 금리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건지 속시원히 알 수 있어 즐거웠다.

세계 경제사에 있어서 금과 은의 교환 비율의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롭기 그지 없었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진행되어 오늘날의 금융이 탄생하였으니 그간 영문 모른채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던 금융 활동들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화폐는 현 상태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돌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때로는 금이나 은의 모습을, 현재는 내재가치를 상실한 지폐로 남아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내일 화폐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닉슨 쇼크와 같이 어떤 신뢰나 계약이 손상될지 하루 아침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다만 이 책을 읽어둔다면 변화하는 경우의 수를 미리 산정해보고 역사적인 금융 거래의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의 행동을 복기해보며 미래를 위한 대비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즐거웠던 것은 즐거운 일화나 가독성을 높여주는 삽화의 역할도 컸지만 어려운 금융 용어들을 명확히 해설해주고 넘어가는 저자의 친절함이 있어서 가능했다.

내가 전공한 컴퓨터 공학 분야나 최근 통계학을 공부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금융 분야도 못지 않게 이상하고 어려운 단어 투성이다.

예를 들면 예대마진이라는 용어처럼 돌아서면 잊어먹기 쉬운 용어도 없다. 일상에서 쓸 일이 거의 없을 뿐더러 어떤 뜻인지 알았음에도 자주 잊곤 했는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영어로 margin)이라는 뜻으로 은행의 주 수익원이 된다.

이를 예, 대, 마진 하나하나 단어를 한자와 영어로 병기하며 설명해주니 이해가 안갈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는 것은 덤이다. 예와 대는 한자어이고 마진은 영어이니 뭐 이런 변태같은 용어가 다 있나 싶다.

서문에서 저자가 우리나라에 근대화를 거치며 국한문체가 혼용된 것이 오늘날 실질 문맹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는데 실제 저자의 설명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이런 사실을 통감하게 되었다.

또한 책에는 돈을 벌기 위한 감을 잡을 수 있는 인사이트도 숨어있다. 버블만 해도 그동안 튤립 버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존로릐 서방회사 주식 사건도 흥미로운 일화였고 사우스씨의 버블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지배자들이 주화를 발행하며 원석을 떼먹는 시뇨리지 차익을 갈취하는 것이나 최근 100달러 지폐를 발행하며 꽁돈을 번 미국의 11만원은 타국의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메꿔진다는 사실이 한탄스럽지만 이를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적완화

비트코인과 NFT의 허상을 통렬히 꿰뚫을 수 있었고 이런 사행성 도박같은 것이 부를 증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도 깊이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있었다. 비트코인이야 말로 법의 느림, 모순, 사각을 전부 보여주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고대 아프리카 서부로 조개껍데기를 채취하여 5배의 이문을 남기는 거래자나, 근세 시대에 금을 중요시하는 서양과 은을 중시하는 동양 사이에 재정거래를 통한 차익을 남기는 이들을 보며 본받고 싶진 않지만 돈 버는 냄새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존로 주식의 예로 배당금이나 특정한 보상이 원금에 관한 사기를 감춰주는 좋은 가림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정치권의 실적 압박과 집권을 위한 인간의 욕망 앞에 양적완화가 필연이 된 것을 보며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것이 돈을 버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부동산 불패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를 어떻게 가속시켰는지, 일본의 읽어버린 30년을 어떻게 일궈냈는지 등 거시 경제의 상식을 익히며 과거의 위기를 분석하는 일도 흥미로웠다.

마지막 8장 통화량 지표는 그동안 너무 알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이 책처럼 쉽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을 본 적이 없다. 전반적으로 거시 경제의 기초를 쉽게 익히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통화량

일단 첫 장을 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 정신 차리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게 재미있는 경제 교양서가 또 있을까?

경제 상식과 거시 경제 그리고 금융위기와 돈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는 지적 호기심 외에도 부의 증식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필독서로 사회 초년생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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