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출판사의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장 노엘 파비아니 저/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김모 역/조한나 감수)"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의학을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물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는 책으로 만화를 통해 흥미롭게 의학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의학의 현 주소를 진단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은 의학의 역사라는 메인 주제 뿐만 아니라 의학과 관련된 유관 분야의 역사까지 알아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고 방대한 상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10장 실험 의학에서는 의학이 과학이라는 멋진 도구를 어떻게 흡수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가설과 임상 실험을 거치며 보다 과학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의학으로 변모하며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의학

또, 16장의 대체기술의 등장이나 18장 법의학 그리고 28장 식이요법에서 29장 병원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각 분야별 흥미로운 역사는 상식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것은 물론 그간 궁금했던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현 시점 완벽에 가깝다고 느끼는 의학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과 불과 100년 전만해도 현재 수준의 의학과는 너무나도 큰 수준의 격차가 있었다는 점을 알게된 것이었다.

그래도 오늘날의 의학 수준이 가능했으려면 적어도 르네상스 시절부터는 과학에 기반을 둔 객관적인 의학 지식이 쌓여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큰 오판이었음을 본 도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의 커다란 고통과 인내에 경의를 표한다. 중국 삼국시대의 명의 화타가 마비산을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출처 불분명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서양 의학에서 제대로된 마취제가 개발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실험의학

위 그림처럼 다리를 톱으로 써는 과정에서 제대로된 마취제가 없는 환자의 고통을 오늘날에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마취제로 고통도 상당부분 줄어든 오늘날에도 수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자는 거의 없다.

원시시대부터 이미 나무에 몸을 묶어 탈골된 뼈를 접골하는 시도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죽어가고 병들어 아파하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갖은 노력으로 주변에서 도와왔겠지만 치료 과정의 고통은 어땠을까?

원시시대야 말로 커다란 날짐승을 집단으로 사냥하고 먹고 살기위해 다치는 일이 빈번했을텐데 지금보다 부상 및 질병 횟수는 높은 반면 치료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 정도도 오늘날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을테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오늘날 우리는 의료의 혜택에 감사하는 일이 드문편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시절에 태어난 것인지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어 숨어있는 행복을 발견한 느낌마저 들 것이다.

물론 이런 발전이 있기까지 참 많은 의학 현자들이 목숨을 걸기도 했고 숱한 고생을 겪어왔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광견병의 치료법을 연구하던 루박사와 동료들은 치료법을 찾지 못할 경우 각자가 광견병의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권총을 차고 치료에 임했다.

종교재판과 기득권의 신앙 수준의 잘못된 지식과 싸우는 일도 빈번했다. 이 책의 시리즈인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에서도 비중있게 등장한 인물들의 행적으로 미리 아는 사실도 있었다.

혈액 순환의 개념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득권의 이론이었던 갈레노스의 이론은 사실과 전혀 달랐음에도 이에 대한 의구심과 도전은 이단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갈레노스의 이론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는 아래 그림을 참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갈레노스

이븐 나파스를 거쳐 베살리우스가 해부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올바른 지식을 얻었지만 그 댓가는 유배와 질병 그리고 비참한 죽음이었다. 혈액순환

오늘날 악적 지도교수 밑에서 고군분투하며 재정적으로 힘들어하고 본인의 연구실적을 모두 뺐겼다며 우울함을 호소하는 연구자가 제법 있다고는 하지만 베살리우스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듯 하다. 뛰어난 능력과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그 노력이 죽음과 맞바꿔져진다면 이를 어느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

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차 해부학에 조예가 깊었으나 종교재판이 두려워 그의 그림에 해설을 역순으로 암호처럼 기재하였다 하니 숨겨진 진리를 밝히고 인류에 공헌하는 등대와 같았던 현자들의 공헌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비참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모습이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역사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다보면 돌연 한가지 질문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의 의학은 완벽에 가깝고 충분히 객관적이며 과학적일까?

이전의 선입견과는 달리 확실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 최근의 완성도 조차 얼마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늘날의 의술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코로나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렇듯 오늘날의 의학의 현 주소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각 주제별로 흥미 넘치는 일화들이 자주 소개된다. 현미경, 청진기, 마취제가 발명되기까지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읽다보면 다양한 상식을 쌓을 수 있음은 물론 평소 궁금해왔던 지적 호기심도 채울 수 있다.

당시 역사적 배경 또한 무시못할 읽을거리가 된다. 한 때 이발사가 가위를 들었다는 이유로 외과의사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루이 14세의 치질을 치료하며 진정한 의사로 인정받았다는 일화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런 소소한 사실 하나하나가 이 책에서 손을 떼기 어렵게 만드는 꺼리들이다.

전두엽을 파괴하는 백질 절제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를 창안한 에가스 모니스가 이 시술로 노벨상을 받은 것은 더욱 놀랍다. 아마 현대 의술조차 일부 효과가 없음에도 자행되고 있거나 노벨상급으로 세간의 인정을 받은 것 또한 존재하지 않을까? 후대의 심판이 궁금하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의학의 역사를 바라보며 진리를 향한 현자들의 위대한 걸음의 족적을 쫓아가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그간 궁금해왔던 지적 호기심까지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뿐만아니라 누구나 나이가 들고 병들기 마련이기에 스스로 겪은 질병과 미래의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못지않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범접하기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의학이라는 소재를 만화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이를 통해 현 의학의 현 주소를 진단해볼 수 있다는 점은 독자로 하여금 색다른 인사이틀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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