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한빛비즈 출판사의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주윤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남자들을 위한 최소 맞춤법을 설명한 책으로 재미, 요령, 사전적 의미로 구성된 이해가 쏙쏙 잘 되는 책이다.

내겐 여동생이 있다. 지금은 결혼하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예전 처녀시절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빠. 정말 맞춤법 틀리는 남자는 확 깨는 것 같아. 글쎄 새벽에 전 남친이 카톡을 보냈어. “이것이 나의 한개다. 그래도 네가 보고싶어 이해해보려 한다.” 도대체 1개가 뭐냐 1개가?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웃음만 나와.

그 이후로 맞춤법을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남자들이 맞춤법을 많이 틀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독서량이 OECD 선진국 대비 심각할 정도로 저조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독서량마저 대부분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살면서 자주 느낀다.

책 읽기와 리뷰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집에 천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상하게 다른 물질적 욕구는 거의 없는 편인데 책 만큼은 쌓아두지 않으면 마음속이 텅빈 것 같다.

안창호 선생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읽거나 소유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어쨌든 집 안에 물리적인 공간은 한계가 있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책을 정리해야 할 날이 온다. 우선순위가 조금 떨어지는 책이나 몇번이고 곱씹어서 통달한 책은 중고 시장에 내놓는다.

재미있는 것은 중고시장에 내놓은 책은 대부분 여자분들이 구매하신다. 가끔 남자분들이 사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실용서이거나 수험서일 뿐 문학이나 고전류의 책은 여자분들만 관심이 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남자들의 맞춤법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리뷰를 쓰다보면 가끔 헷갈리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걸 어떻게 써야하지? 물론 인터넷에 검색하면 국립국어원의 친절한 자료가 쉽게 검색되지만 맞춤법 찾다 흐름이 끊기면 그리고 쓰려는 내용을 잊기까지 하면 허탈하기 그지 없다.

이 책에는 꽤 고급진 맞춤법도 등장하지만 살면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맞춤법이 대다수를 차지하기에 한 번 쯤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특히 책 안 읽는 대한민국 남정네에게는 필독서이다.

이 즈음에서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혹시 "든"과 "던"이 헷갈렸던 적이 없는지?

든과던

..그대들과 즐거웠”던”…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필자라고 해도 이 노래만큼은 대부분 알 것이다.

이 노래를 떠올리면 “던”이 과거의 마완성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고 이 노래만 떠올려도 맞춤법을 실수할 일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겠다는 느낌표가 머리속에 맴돌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요령을 담고 있다.

일화

그리고는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혹여나 제목 때문에 남자를 무시하는 책인가라는 의문은 갖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반대다. 작가는 여자분이신 것 같은데 남자들을 위한 걱정과 배려가 책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요즈음 젠더 갈등이 워낙 심한 시기라 오해할 수 있겠으나 위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군인에 대한 존경의 일화가 담겨있다.

그리고 각 장 말미에는 정확한 사전적 의미와 예시가 담겨 있으니 재미로 시작하여 정확한 의미로 도달가능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사전

대부분의 장은 위와같이 “재미있는 일화-기억을 잘 하기 위한 요령-사전적 의미”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일화는 매우 재미있다. 저자가 얼마나 유쾌한 감각을 갖고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얼마나 기발한지 맞춤법 떠나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재미있는 카톡 일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대화에선 "뵈요"와 "봬요" 중 뭐가 맞는지 헷갈릴 것이다. 저자의 요령은 봬요는 해요로 바꾸면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봬요

금요일에 해요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봬요가 맞는 것이다. 기억에 쏙쏙남는 요령은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런데 일화도 재미있다. 금요일에 뭘 한다는 것인지 19금 드립이 남발하는데 저자 분 여자분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여자 분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맞춤법이 자주 틀린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구글신께서도 가끔 틀리는 것이 맞춤법이다. 구글

세상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말들이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대로 읽는 것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내가 헷갈렸던 단어부터 찾아보면 더 유용할 것 같다. 일상에서 간혹 헷갈리는 단어가 또 등장한다면 필요할 떄마다 읽고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의 말미 부록과 에피소드에는 띄어쓰기나 추가로 잘 정리된 맞춤법 모음이 등장하니 책의 에피소드로 언급되지 않는 예시가 등장할 때 찾아보면 요긴하다. 부록

아무튼 저자의 배려와 센스가 둠뿍담긴 책이다. 이 세상에 책들이 다 이런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다들 책을 드라마 보듯 즐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멋진 남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분위기 깨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즐기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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