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한빛비즈 출판사의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로날트 D. 게르슈테 저/이덕임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오늘날 당연한 특혜로 받아들여지는 손 씻기, 마취제, 방사선 사진 등 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영웅들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당시 과학사, 정치사를 포함한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요즈음 팬데믹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코로나가 발발한지 2년이 넘어서일까?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마치 손을 씻지 않으면 어색한 것과도 같다.

19세기 후반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손을 씻는 행위는 일상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산부인과와 같은 병원의 의사들 조차도 손 씻기를 자유와 인권의 침해라고 생각할 정도로 반대 진영의 거부가 심했다.

필리프 제멜바이스의 공헌. 그것은 손씻기의 보급이었다. 책에 따르면 말년 인상이 지독하게 기록된 점만 또한 그가 손씻기를 분노를 실어 강압적으로 요구한 결과라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책에는 그의 탄생 일화부터 성장배경, 의학사적 활약, 일상의 일화까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말년의 지독한 성격이 매독이 중추신경에 퍼져 발발한 병으로 취급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여행을 다녔던 기록까지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읽다보면 때로는 너무도 자극적인 해부학 묘사에 눈이 찌뿌려지거나 프랑스 혁명과 미국 남북전쟁에서 정치적인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가 하면 수술실에서 고통에 혼절하는 환자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리기도 한다.

마치 그 시대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독자를 풍덩 뛰어들게 만드는 탁월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윌리엄 모턴, 제임스 심슨, 존 스노로 이어지는 마취제의 발명이 가장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다. 마취제 이전의 수술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기본적으로 백내장과 같은 눈의 이상이나 심장에 생긴 상처 등은 치료의 대상도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임과 더불어 신성모독이 개입하는 부위의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팔, 다리를 절단하거나 치아를 발치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해 볼 만한 수술이었는데 고대부터 여러 마취제를 사용해 봤지만 실패를 일삼았고 환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마취제는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줄 알거나 관심조차 없는 오늘날의 일반인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당시 비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손에 식은 땀이 흐른다.

만일 당시의 환자가 나였다면 견딜 수 있을까? 단순히 치과에가서 발치도 아닌 신경치료만으로도 그것도 마취제로 고통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식은땀을 흘리고 두려워하는 보통 사람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취제의 대안으로 당시에는 의사의 수술 속도가 중요했다고 한다. 쇼크사로 숨지기 전에 얼마나 빨리 절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책의 기록중에는 어깨뼈를 탈골시켜 절단하는데 2초가 걸리는 의사도 있었다고 하니 그 속도에 경외감만 있을 뿐이다.

책에 등장하는 윌리엄 모턴은 에테르 증기를 발견한다. 최초로 수술실의 절단이나 발치 과정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지 않았으며 되려 마취에서 깨어난 후 수술을 언제부터 진행하느냐는 역 질문을 받기도 한다. 수술은 이미 끝났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 저변에 특허 및 최초의 발견자라는 명성과 관련하여 정치적, 경제적 아픔의 일화도 숨어 있다. 의학사에 두루 남은 명성이 생전 그에게 얼마나 영예로운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애가 그리 행복하지 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임스 심슨과 존 스노의 시대에는 클로로폼이라는 마취제가 발명된다. 기존 에테르가 냄새가 심하고 기도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를 대체할 만한 마취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를 이용해 여왕과 더불어 여성의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혁혁한 공헌을 세웠음에도 앞서 모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직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한다. 출산의 고통은 여성의 축복으로 신성한 것인데 마취제를 쓰는 것은 악마의 도구나 다름없다는 비판이었다.

의학사 외에도 책에는 당시 시대적 과학사, 정치사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조망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특권일진데 나아가 의학사적 업적과 위대한 의사들의 생애와 맞물려 우리네 역사 기억 속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인 오늘날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더불어 때로는 문학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톰 아버씨의 오두막의 소설에서 노예 엘리자가 탈출하는 장면 속에 남북전쟁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풍부한 사료는 물론이고 문학 작품마저 등장하며 당시 시대를 조명한 모습이 경이롭다.

뢴트겐의 방사선 사진 발명이나 빛그림이라 불리웠던 사진의 발명, 현미경의 발전, 그리고 나이팅 게일이나 존 스노의 지도와 같은 정확한 진찰 결과와 원인 추적에 도움이 된 통계학까지 다양한 과학사도 함께 담겨 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상식도 담겨 있다. 그동안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발발하여 얻은 병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발상지는 미국에 가까웠지만 당시 언론이 자유로웠더 스페인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스페인 독감의 칭호를 얻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1918년 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던 스페인 독감 시절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며 팬데믹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며 책은 마무리를 장식한다.

의학사적 영웅들의 공헌에 감사하며 의학 지식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음과 동시에 때로는 그들의 전기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생생한 당시의 역사적 배경은 읽는 그 자체로 재미이다. 문학적 장치와 수집한 기록 사이를 오가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꾸는 작가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 2019.04. by theorydb

Powered by theory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