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뛰지 마라, 지친다



한빛비즈 출판사의 "뛰지 마라, 지친다(이지풍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한화이글스 수석 트레이닝 코치의 경험담과 깨달음을 엮은 책으로 우리 삶에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를 얻으면 또 다시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한화이글스 수석 트레이닝 코치로 넥센 시절 프로야구단에서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보여줬던 상징적인 존재이다.

트레이너 뿐만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직업은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셈이다. 그럼에도 조연이 주연급 상징적인 아이콘이 되었다는 것은 주연이 했던 노력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이 책에 담긴 그의 깨달음의 무대는 야구라는 그라운드 위에 존재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 또한 저마다의 그라운드가 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이 그라운드나 저 그라운드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 싶다.

고정관념, 휴식, 인맥, 페이스 조절, 불안, 차별화된 강점, 일과 나 사이 등 야구장 위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깨달음들은 지금 내 마음속의 고민에 빗대어 볼 수 있으며 비유의 과정을 통해 저절로 치유되는 마법을 얻는다.

다만 읽으며 마음 한켠이 아려왔던 질문은 한가지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트레이너가 있는가?”

야구선수들은 저자와 같은 트레이너 덕분에 내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일반인들은 애석하게도 트레이너가 없다. 그래서 술집이 그렇게 붐비고 잘못된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방황속에 자신을 방치한 채 체념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내게 큰 의미를 지닌 책이다. 담백하게 사실을 나열하면서도 고전과는 다른 친근한 어투로 술잔 한잔 기울이며 믿고 의지하는 선배가 말로 전하는 느낌의 책이다.

한장, 한장 모두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몇가지 인상 깊었던 조언과 깨달음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잘 버티고 있어라. 감독이나 코치는 언젠가는 바뀔 것이고 선수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지도자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고, 트레이드라는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기다림의 미학은 어려서부터 강태공의 낚시라는 고정관념만 머릿속에 박혀 있을 뿐 사실 기다림의 중요성을 인지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지만 대성한 인물들 옆에는 항상 기다림이 머물고 있었다. 강태공도 그러했고 하다못해 주식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워렌 버핏도 그러했다.

인생도 변하고 삼라만상도 변하기에 나는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하고 때를 기다릴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평범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감독님 옆자리에서 밥 먹는 것도 싫어하면서 어떻게 감독님이 당신들 의견을 들어주길 원하는가?”

우리는 이미 높은 사람의 옆자리에서 밥 먹는다는게 아부나 아첨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인간관계는 어차피 GIVE AND TAKE다. 적어도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나의 말을 누군가도 들어주는 법인데 꼭 상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 대 인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당연한 말에 어제까지의 내 일상이 떠 올랐다.

불안해서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몸에 기억된 기술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구나”

불안한 것은 유독 잊혀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다 잊고 즐거운 일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해답을 찾는 경우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때로는 불안감에 쉬지도 못하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왜 계속 하게 되는 것일까? 감각이 생겼다면 몸에 기억이 되었다면 마음 놓고 쉴 줄 아는 것이 내일의 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게으른 원인 파악이 가져오는 문제.. “왜 그런 거 같아?” 선수가 뭐라고 답을 하면 “그건 또 왜 그런거 같아?”라고 연이어 물어본다.

트레이너의 계속된 질문은 별 의미없는 질문의 연속이지만 상담받는 이의 계속된 대답은 마법을 일으키곤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저 단순한 질문을 너무도 아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원인 파악에 게으르지 않게 좀 더 우리에게 단순한 질문을 계속 던져보면 어떨까?

하루는 로이스터 감독이 수비 코치를 불러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때 코치가 쳐주는 타구)를 왜 그렇게 좌우로 많이 움직이게 치냐고 물었다고 한다. 훈련이라고 설명을 하자 바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야수 실책의 80%는 어디서 나오나?”

생존편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영국이 세계대전에서 전투기 추락율을 줄이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되었는데 당시 살아남은 비행기의 총알이 어느곳에 가장 많이 맞았는지를 분석하여 그 부분을 보강하는 식으로 대처했으나 결과적으로 생존율이 더 떨어지는 의아한 결과가 나온다.

원인은 바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남은 비행기의 저격 흔적만 조사했다는 점. 반대로 총알을 안 맞은 곳이 약점인지라 약점을 안 맞은 비행기가 되려 살아남은 셈이다.

위 일화는 일상에서 보여주는 생존편향을 경시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인생 역시 오지도 않을 공격에 대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닐지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지 역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저자가 전하는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멜로디는 계속된다. 우리 인생에도 트레이너는 필요하다. 당장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없다면 혹은 찾을 수 없다면 이 책이 당분간 따뜻한 트레이너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을 다녀와서, 때로는 밤에, 때로는 주말에 고단한 인생에 한 마디 위로가 필요하다면 또는 반드시 극복하고 싶은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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