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한빛비즈 출판사의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김훈종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춘추전국시대에 쓰여진 제자백가 사상의 고전을 바탕으로 오늘 날의 흔한 일상을 재해석해보며 스스로를 다잡고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의 서문엔 화이트 헤드가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듯 저자 또한 동양 철학은 제자백가 사상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철학에 함부로 방점을 찍기는 학식이 너무도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그 의견에 동의한다. 훗날 이어진 성리학, 양명학 그리고 우리나라의 소중화 사상까지 모두 그 뿌리가 제자백가 사상을 향하고 있으며 당대의 명인들 조차 사서오경을 인용하여 주장을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자는 제자백가 시대의 사서오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당시 사상이 풍요로웠던 시절의 고전에 오늘날에 우리가 부딪히고 고민해 볼 법한 주제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고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나 따분함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오늘날의 이야기가 팔할이라면 고전이 이할 정도 차지하는 셈. 그 마저도 일부 문장이 번역되어 인용되고 저자의 현대적 해석이 함께하고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없다.

되려 고전이 쓰여진 시기의 공자나 맹자의 마음과 시대적 상황이 잘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 쉽다. 왜 하필 주나라에서 진나라로 넘어가는 긴 혼란기에 사상이 이렇게 찬란했는지 궁금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 이유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의 전란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고 고난은 사람의 생각을 많아지게 하는 법이니 사상이 태동하기 좋은 시절이었다는 점도 한 몫 했지만 당시 문명이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가 존재했던 시기이기에 사상의 꽃이 만개할 수 있었던 듯 하다.

다루는 주제는 고전이지만 때로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심리학 서적 같은 느낌이 있는가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정치서나 철학서 같은 느낌도 드는 말 그대로 삶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1부는 마음을 다잡는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스스로를 세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굳이 나눌 것 없이 스스로의 마음이 어지럽거나 새로운 에너지 혹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을 때 마음에 드는 제목을 찾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고 철학도 좋아하기에 굳이 가릴 것 없이 모든 주제를 순서대로 읽어보았지만 특히 인간 관계를 언급한 장들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사람과 사람이 통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일”에서는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일화가 소개되는데 유방은 여하를 취하고, 항우는 하여를 취하였음을 언급하고 있다.

여하와 하여가 한자의 순서만 다를 뿐인지라 어떤 큰 차이가 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책에서 언급했던 이방원의 하여가를 떠올리면 보다 이해하기 쉽다.

하여는 말 그대로 자신의 생각이 이러한데 너의 뜻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고, 여하는 너의 뜻이 어떤지를 묻는 것이다. 즉, 이방원의 하여가는 이미 조선 건국으로 방향은 기울었으니 너가 마음을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의미가 된다.

항우와 유방의 성패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여하와 하여의 차이에서 나온다. 유방의 책사들이 마음껏 두려움없이 소신있게 자신의 재능을 쉽사리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었던 환경대신 항우의 책사들은 두려움에 쉬이 말을 뱉지 못하니 취합된 책략의 위력과 다양성에서 유방의 진영을 앞지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1부의 뒷부분에 “예의 핵심은 경청”이라는 장도 등장하는데 논어 학이 편에 등장하는 자공의 자기 자랑을 내포한 질문에 공자가 슬기롭게 깨우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유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들어주는 내용도 중간 중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삼년상의 경우 오늘날엔 누구나 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아장 걸음에서 혼자있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3년이기에 자식또한 부모의 곁을 3년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공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놀라기도 했다.

맹자에 언급된 역성혁명의 주제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각 왕조에서 맹자가 금기서로 지정될 뻔한 일화도 흥미로웠고 우리나라의 성군인 정조조차 맹자가 임금 폐위를 언급한 구절이 나오면 노하였다고 하니 수천년 전에 등장한 사상이 얼마나 당대에 파격적이었던 것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이처럼 꼭 마음의 어지러움을 잡는다는 거창한 주제에서 벗어나 읽다보면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 흥미로 읽기에도 제 격인 교양서이다.

단순히 춘추전국 시대 뿐만 아니라 현대의 정치사나 조선시대의 정치사와 일화가 같이 곁들여 있기에 재미와 함께 풍부한 교양을 내포하고 있기에 역사와 고전에 가까워지고 싶지만 부담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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