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통령의 숙제



한빛비즈 출판사의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연이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우려되는 민주주의 타락에 대한 해법과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 발전을 위한 조언을 담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이 담긴 책이다.

정치만큼 더럽고 어려운 주제도 없다. 정치란 온갖 계층의 이익 상충 속에서 모두를 위한 모두의 발전을 위한 이상향을 숙제로 안고 있기에 사실상 정답을 찾기 어려운 게임이니 그만큼 어렵고 그만큼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주제이다.

상호 간 이익의 충돌 속에서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은 더러워보일 수 밖에 없다. 나와 동일한 주장을 하는 이를 만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최소 무엇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그나마 기분만 나빠질 정도라면 그나마도 성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를 알아야하고 우리 정치의 현 주소를 알아야 한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내가 관심 갖지 않아도 내가 몰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자유와 만족도가 보장되는 이른바 최악은 면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먹고 사는 문제와 동 떨어 질 수 없는 문제이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몰라도 그간 세계에는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의 굵직한 역사적 이슈로 인해 부의 불균형이 강제로 해소되거나 초고속 경제 발전으로 밥그릇 싸움이 해소되어 왔기에 민주주의가 가져야 할 숙제가 오늘날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정도 먹고 살 만해진 수준에서 GDP 3만불 시대에 진입하며 저성장이 지속되는 시점에 다다랐을 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진통을 겪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차례가 되었다.

저자의 평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그리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듯 싶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법 개혁이란 명분으로 사법기관을 집권 세력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여당 합의 없이 선거법을 개정했으며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총선 승리를 위해 정파적으로 활용했다. 저자는 이를 레비츠키와 지블랫의 말을 빌려 합법적 독재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도 180석 이상의 거대 여당은 향후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되었는데 약 5년이 지난 시점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파란색, 빨간색, 우파, 좌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그런 이기적인 주체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하면 돌아오는 것은 기득권의 행복과 가지지 못한자의 불행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의원내각제에 무조건 적인 동의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현재까지 답습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단 시정의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역대 대통령 누구하나 예외없이 비참한 말년을 보낸 것이 그 증거이다. 세계에서 대통령이 이렇게나 많이 구속된 사례 또한 찾기 힘들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모습을 프랑스 혁명과 비춰보며 그 안에 숨은 미묘한 편향에 주의를 기울인다. 공리주의의 최대 폐단, 촛불 농성과 감정만 가득찬 다수의 주장은 적폐가 생기지 않는 시스템에 집중하는 대신 적폐를 규정하는데 집중했다.

적폐로 규정되면 이를 박살내는데 집중했을 뿐 적폐 자체의 정의에 엄격함을 가지지 못했고 적폐가 등장하지 않는 원천적인 방법을 강구하는데 소홀했다.

이를 영국 민주주의와 비교해 볼 수 있겠는데 영국은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가진 헌법의 정의보다는 사회에 이념과 도덕이 충만한 규범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를 따르고 있는 바 오늘날 우리 국민들의 가져야 할 민주주의 이념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촛불정치는 겉보기에는 온연한 주권의 상징이자 국민들의 힘의 결집으로 보였을지는 몰라도 5년이 지난 내 눈에는 그저 또 하나의 기득권층의 자기 권리 보호를 위한 발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를 양극화의 논리로 빨간당에 대한 옹호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새 대통령 후보가 당선인으로 선정된 후 야당 합의를 표명했던 기조가 사그러드는 것을 보며 똑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근본이 이기적으로 태생한 인간에게 타인을 위해 배려할 양보는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많은 주체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으르렁댄다면 소위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과 무엇이 다르냐며 비아냥 섞는 이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세상에 다툼없이 발전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되려 묻고 싶다.

책에 언급되 바와 마찬가지로 폴리비로스가 정체순환론에서 경고했던 이른 바 민주정의 타락 이후 장기독재가 나타난다고 경고한 상황이 우려될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과 일본, 베네수엘라, 이탈리아의 선례에서 우리가 경계할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비록 정치에 큰 관심을 갖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독자일 뿐이지만 적어도 순리에 비춰볼 때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초미의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써 이 책은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 혹은 특정 주관적 성향이 책에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공정한 정치를 다룬 책은 있을 수가 없다. 그 안에 들어있는 색깔은 읽는 독자가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받아들이고 뱉어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과 정치 거장들의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가급적 담백하게 특정 정당의 입장이 아닌 학자의 눈으로 현 시점 오늘날 우리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어조와 안목으로 볼 때 상당한 객관성을 갖춘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프랑스 혁명이나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국가들을 팩트 위주로 분석한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은 또 하나의 이기주의가 되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보잘 것 없는 주장으로 전락할 뿐인 즉 실제 있었던 역사속에서 사람의 참모습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정치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적어도 현 정부의 5년이 어땠는지 오늘날 우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성숙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해보는 것은 국민으로써 당연한 권리이자 행복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아가 저자가 말하는 해답을 비판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생각과의 정반합을 통해 한 층 성숙한 민주주의의 구성원이 되어 우리나라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삶과 주변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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