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림포스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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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
출판사의"올림포스 연대기(김재훈 글그림)"
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어울려 춤추는 서사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한 권의 만화로 즐길 수 있게 구성된 책이다.
신들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올림포스 12신의 선정에 이르는 거대한 서사를 한 눈에 살펴보며 계보를 정리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한다.
한 권의 만화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만 수백명에 이르는 것 같다. 이를 만화
라는 구성으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대 서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녹여내는 과정은 꽤나 까다롭고 원대한 작업이라 생각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헤시오도스가 저술한 신들의 계보
가 큰 몫을 한 것 같다.
신들의 계보에는 거의 모든 고대 그리스 신들의 가계도는 물론 신화속에 담긴 각 신마다의 굵직한 사건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으니 수많은 복잡한 신들의 세계를 한 눈에 파악하는데는 이만한 책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고대 그리스 신화에 해박한 저자의 기존 지식과 그림을 통한 표현력이 가미되어 학창시절 드문 드문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조각이 퍼즐 맞추듯 이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 신화는 여느 시대 혹은 특정 지역의 신화와는 달리 신들의 일대기가 인간의 삶과 별 다를 바가 없어 재미적인 요소를 얻어낼 수 있음은 물론 우리 삶의 고민과 번뇌를 투영하여 색다른 지혜
를 도출할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것 같다.
본 도서의 끝이 제우스와 메티스 사이에 태어난 아테네 여신의 등장으로 귀결되듯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찬란한 철학의 발전에는 이 신화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리스 신화의 문학적 구성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뛰어난 문호들이 남긴 작품의 바탕에 깔린 중요한 얼개로 발견되었음은 물론 인간사 희비극의 곡절을 다룬 드라마, 마블 영화와 같은 오락성 짙은 세계관마저 그리스 신화가 펼쳐놓은 구조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문학, 예술, 역사, 철학의 근원이었던 이 신화를 읽고 자란 세대들이 심오하게 사고해왔던 과정은 찬란한 그리스 철학의 자양분
이 되었을 것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하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 신화 세계관의 촘촘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대 우리 아이들의 삶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철학적 사고와 인생의 고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짧게나마 본 도서의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태초의 카오스로부터 대지의 어머니 가이아가 탄생한 장면이 그 시작이다. 가이아로 부터 별과 하늘을 관장하는 우라노스가 탄생하였고 둘이 부부가 되어 크로노스를 비롯한 수많은 신들이 탄생하게 된다.
우라노스는 자식들 중 하나의 눈만 달린 키클롭스나 헤카톤케이레스와 같은 괴물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타르타로스에 봉인해 버리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가이아가 자신의 아들 크로노스와 결탁하여 우라노스를 거세함으로써 우라노스는 신화에서 퇴장하게 된다.
우라노스의 원한과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부터 크로노스 또한 위대한 자식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운명의 굴레
에 둘러쌓이며 훗날 자신의 아들 제우스에게 패배하며 모든 권력을 빼앗기게 된다.
이는 제우스 역시 피해가기 어려운 운명으로 다가오지만 앞서 언급한 메티스와 제우스 사이에 딸인 아테네가 태어나며 아들에 의해 아버지가 축출되는 악연은 매듭을 짓게 된다.
큰 줄거리는 이와 같지만 그 안에 숨은 굵직한 조연급 신들의 기구한 사연이나 흥미로운 일화도 포함되어 있어 즐겁게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고대 그리스 신들의 일상은 인간의 희노애락, 욕망 그 자체이다. 신들의 거룩한 계시나 권위보다는 인간으로써 느낄 수 있는 번뇌와 고민이 가득하며 그 행동에는 위엄과는 동떨어진 평범함 그리고 이를 넘어선 치졸함과 유치함도 가득 담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사상 및 철학의 양분
이 될 수 있고 성인들에게도 동심이 가득했던 시절로의 추억과 맞닿은 여행
을 즐길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본 도서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