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한빛비즈 출판사의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박윤진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녹록치 않은 직장생활에 갇힌 자신을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해주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를 주는 책이다.

책의 목차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고되고 힘든 직장생활을 견뎌내는데 도움되는 마음의 양식들이 담겨있다.

누구에게나 직장 생활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정시 출근을 위해 자신의 삶에 구속을 채워야 하고, 뒤통수가 따가운 감시를 받아야 하며, 노력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한다.

경력단절이나 해외파견의 특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삶의 주체성을 잃기 쉬우며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타인을 위한 부품이나 장치로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를 잃어가는 직장에서 탈출하고자 파이어족을 당당히 외치며 빚투를 감행하다 투자에 실패해 더 깊은 직장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의 직장 생활 현실 그 자체이자 책에 등장하는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이 이런 현실을 해결해 줄만한 뾰족한 대안이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온갖 인간관계로 얽혀있고 자본주의에서 파생한 악독한 규율이 존재하는 직장에서 근본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직장을 그만두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 없을 것이다.

대신 먹고사는데 몰두하며 협소해진 잃어버린 넓은 시야를 되찾아 주는 역할을 한다 해야 할까? 매우 깊은 감정의 계곡에 빠져있을 때 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할 때 우물안 개구리인 나 자신을 꺼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물안의 독자를 꺼내기 위해 두가지 장치를 사용한다. 하나는 심오한 깊이와 고민이 담긴 고전에 가까운 양서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안목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각 장마다 등장하는 가상의 등장인물을 제 삼의 눈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유사한 처지의 자신을 바깥의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그동안 몰랐던 숨어있는 양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양서를 직업과 관련된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예를 들면 4장에는 “달과 6펜스”라는 책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책으로만 알고 있었지 제목이 주는 막연한 선입견때문에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달이라는 이상향과 6펜스라는 비참한 현실의 양립이 직장생활의 괴리와 닮았다. 덕분에 또 다른 양서를 읽는 계기가 되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또한 마찬가지다. 집에 쌓아만 두고 읽을 계기를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은 좋은 책들을 연달아 읽게 해주는 좋은 트리거가 되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넘어서 정치 경제 시스템이 사회에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책들은 대부분 한 번 이상 읽은 고전들이지만 직장 생활 고충의 관점으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못했는데 다시 읽어보면서 삶의 애환을 새롭게 어루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장점을 느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마음 한 켠에 따뜻한 위로를 준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저자의 서문을 통해 이 책이 직장인들의 독서모임을 통해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무래도 같은 직장인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실전의 흔적이 묻어있어 진솔했고 이를 고전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에서 건설적인 방향의 고민이 가능했다. 동병상련 처지의 지인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 고민해주는 것보다 더 큰 위로가 또 있을까?

이 책의 톡쏘는 표현처럼 사람이 벌레 취급받고, 가치관이나 자아에 구멍이 뚫리고,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무채색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직장인들을 위해 잠시나마 감정의 골에서 벗어나 넓고 밝은 시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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