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한빛비즈 출판사의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김경일, 이윤형, 김태훈, 사피엔스 스튜디오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기발하고 참신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들을 다룬 책으로 특히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어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준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상이다.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되는 업적에 수여되고 더할 나위없이 바보같거나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무언가를 해낸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극도로 참신한 주제로 노벨상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기발함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으니 이 상의 취지는 이 책에 언급된 바와 같이 “사람들을 웃게 하고 이후 생각하게 하는” 상이 가장 이그노벨상을 잘 정의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그노벨상을 소재로 그 중에서도 심리학과 관련이 깊은 연구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연구 주제별로 저변에 내재된 근간이 되는 관련 심리학 연구와 사실들이 같이 소개되고 있어 일상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두번째 장점으로는 기발함과 참신함과 관련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연구 주제 자체에서 연구자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며 색다른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음은 물론 실제로 연구의 결과는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두서없는 생각을 연구의 형태로 탈바꿈할 만한 습관이나 방법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는 최소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학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만 사실 형식만 갖추지 않았을 뿐 우리는 늘 일상에서 실험하고 연구한다. 어떻게 목적지에 최소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도착할지에 관한 문제도 그런 연구의 일종이다.

만약 우리의 두서없는 아이디어를 모두가 합의할만한 객관적이고 공평한 실험과 연구로 바꿀 수 있다면 세상에는 더 많은 믿을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연구의 총합은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의 경계선이고 연구는 또 다른 연구의 아이디어이자 발상점이 되기 때문에 세상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 책의 재미있는 주제들을 살펴보면서 실험을 위해 연구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정성적인 부분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는지, 통제 집단은 어떻게 설정했는지 등을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한 요소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 책에 소개된 실험자들이 저주 인형을 찌르는 강도는 마음속에 숨은 원한 대상에 대한 증오의 정도나 공격성의 정도로 측량을 하고 소변을 참으며 통제 능력을 시험하는 연구에서는 소변과 무관한 통제 집단을 지정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이그노벨상의 가장 큰 의의는 일반인과 연구 사이의 가교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으로는 세번째 장점이 가장 큰 이익이 될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읽는 재미와 유익함으로는 첫번째 장점이 가장 강렬하다.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욕의 기능과 저주 인형의 효과에서 나도 모르는 나의 심리를 많이 알 수 있었고, 그동안 본능적으로 취했던 행동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된 것인지 깨달아가며 제 3자의 넓은 시점으로 나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긴 이유 중의 하나가 즉각적이고 잦은 감정 표현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대상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치솟을 때도 남성은 거대한 100점 짜리 복수를 꿈꾸고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반면 여성은 10점짜리 복수나 목표를 조금씩 이뤄나가며 감정을 즉각적으로 자주 표현하는 능력이 있기에 평균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덕분에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방법을 얻게 되었다. 화가 나면 바로 풀어버리는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저 참기만 하는게 아니라 욕을하든 저주 인형을 찌르든 화를 없애는 좋은 방법을 찾는 계기도 되었다.

소변과 관련된 연구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모순되어 보이는 상반된 연구 즉, 소변을 참으면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와 소변을 참으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의 연구를 비교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늘 그렇듯 정반합은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짓말이 들통나기 싫다면 혹은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일들에 신중을 기하고 싶다면 소변을 참는 것이 큰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상적인 욕구와 구체적인 욕구를 구별하는 과정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지적유희를 선사해주었다.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그 외에도 거짓말을 피하는 방법, 플랍세보 및 노세보 효과, 설명서를 읽지 않는 습관, 강박장애, 수면,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소개되고 있어 한 두 시간 정도면 정신없이 빠져들어 책을 완독할 수 있을 만큼 큰 재미가 담겨있다.

읽다보면 내 주위에 이해되지 않았던 미스터리한 현상이 상당부분 해결되어 신기하지 그지없었다. 성향이 소시오패스인 상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 원인이 외로움에 있었음을 알게되며 일상의 미스터리가 해소되는가하면 나 자신의 수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습관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결국은 그동안 다른 심리학 책으로 접했던 확증편향, 인지적 구두쇠와 같은 심리학과 관련된 개념을 배우게 되는 셈이지만 다른 책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를 심리학적 학술 용어로 출발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궁금함과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다 확증편향이라는 연구 업적이 이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점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확증편향

즉 일상 그 자체를 연구하다 그 결론이 심리학에 이르는 Bottom-Up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얻은 개념은 이해도 쉽고 기억도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로 시작하여 일상의 지혜로 귀결할 수 있는 이 멋진 책을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즐기길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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