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법정의 고수



출판사의 "법정의 고수(신주영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법조인들의 생각, 가치관, 관점을 투명하게 공개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귀한 책으로 법정을 초월한 인간사와 정의에 대해 고찰할 기회에서부터 소송에 대비한 실용적인 지식까지 아우르는 박진감 넘치는 문학 작품과도 같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수려한 문체는 문학 작품과도 같고,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정의는 카멜레온처럼 색이 뒤바뀐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인간으로써의 구원에서 출발하여 의뢰인의 신뢰와 인간미를 원동력삼아 사실 관계와 법리 싸움에서의 승리를 위한 기발한 창의성이 피어나는 과정은 물론 그 안에 변호사, 판사, 검사, 당사자 간 가치관과 관점이 충돌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책을 그저 흥미진진한 법정 드라마 정도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그 흥미진진한 소재들은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 두말할 나위없이 좋은 역할을 하지만 그 재미안에 깃든 이 시절 최고의 두뇌들이 정의를 위해 애쓰는 고찰은 철학적으로도 긴 세월 사유하며 나의 내면을 성장시킬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물론 실용적인 가치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독자가 만약 소송을 앞두고 있거나 특히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경우라면 이 책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듯 하다.

소송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법정에서 펼쳐지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일반 세상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인용, 이익, 속행, 심리불속행과 같은 법률 용어부터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와 법리라는 큰 두 축을 기반으로 판례를 분석하고 법리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채증법칙을 준수하는 것 등의 과정에 들어가면 머리가 혼란스러워 터질 듯 하다.

여차저차 첫 변론기일이 되면 변론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구슬땀을 흘리곤 한다. 서면주의에 입각하여 준비서면이 확실할지라도 재판장의 요약 진술 요구나 생각지 못한 관점의 질문은 당황스러운 요소이다.

때로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어 혼란스럽다. “더 제출할 증거는 없지요?”라는 말에 곧이 곧대로 증거가 더 없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 질문은 지금 제출한 증거로는 승리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즉,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기각 혹은 패배보다 더 무서운 것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예 다룰 가치나 자격이 없다는 판단인 “이익이 없다” 혹은 “심리불속행”과 같은 결정이다. 긴 세월 치열하게 준비했는데 검토할 가치도 없는 사안의 취급을 받으면 패배보다 더 마음이 쓰리다.

법률용어에서 소송의 절차 그리고 판례 등의 정보는 그래도 정보화 시대인지라 이해하기 쉬운 정보가 넘치는 편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재판의 실전과정에서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특수한 언어나 정보 그리고 관점이나 가치관은 일반인들이 절대 구할 길이 없다.

나 역시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 입장에서 치열한 정보 조사와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소송 전에 만났다면 이리 속수무책으로 고생하진 않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사실 이 책은 10년 전에 발간되었고 이 책은 개정판이다. 속편의 발간을 앞두고 개정판이 출간된 것인데 나홀로 소송 당시 이런 유형의 책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야 내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 허탈하면서 동시에 이제라도 이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책장을 열면 초두에서 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문학작품과 같이 수려한 작가의 문체는 가독성 측면에 있어서 편안함을 안겨주고 흥미진진한 법정 공방의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머리말을 읽으면서도 법정을 다루는 책이 맞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문학 작품의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의 이웃사촌이자 소송을 대리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의 등장부터 스케일이 범상치 않고 막도장 소송에서 막도장의 다른 용처를 찾아내 동일인의 인감임을 증명한 창의적인 사건은 흥미진진하다.

또한 저자의 진솔함도 극찬할 만한 요소다. 어떤 책이든 솔직한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있는 그대로 내면을 독자에게 투영시키는 것은 왠만한 용기로는 불가능하며 설사 그런다 한들 돌아오는 피드백은 밑져야 본전이다.

하지만 그 투명함 덕분에 저자가 진실을 제대로 볼 줄 알고 현실을 파악할 수 있음은 세상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하고 진귀한 정보이니 독자는 그런 책을 만나면 언제든 저자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나 역시 본 리뷰를 통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변호사 시절 상고심 과정에서 대법원 재판연구원 동기에게 연락을 구하여 새로운 유형의 법리를 세워보려고 노력했던 과정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때로는 영웅같고 때로는 악마같은 법조인의 모습에서 한층 내려와 우리와 마찬가지의 친숙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할 듯 한데도 가감없이 법정을 둘러싼 공방과 속마음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중인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 사건의 근원이 무엇인지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진리에 가까운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최고 가치는 무엇보다 희귀함이다. 법조인 분들이 워낙 바빠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빌게이츠가 1초에 10만달러를 벌기 때문에 길 위에 10만달러를 줍지 않는다는 농담처럼 시간 대비 얻는 경제적 이익도 의뢰인의 소송을 담당하는 것이 낫지 책을 통해 얻는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므로 이 책은 태생적으로 쉽게 등장할 수 없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법조인들의 생각과 삶을 투명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초월하여 정의가 무엇인지 인간 대 인간의 측면에서 고찰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인생에 한 번 쯤은 꼭 한 번 이 멋진 양서를 즐기시길 권하며 리뷰를 마친다. 저자님의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빨리 속편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19.04. by theorydb

Powered by theory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