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르카, 수학에 빠지다 6



이지북 출판사의 "미르카, 수학에 빠지다 6(유키 히로시 저/박지현 역/남호영 감수)"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수학에 관한 한 일반인이 진리 탐구의 문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담겨있는 책이다. 위상 기하학의 끝판왕인 푸앵카레의 추측을 이해하는 많은 방법 중 최고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

이 책을 포함하여 미르카 시리즈에 대한 극찬이나 진리탐구의 문을 열기 위한 거인의 어깨에 이르는 여정 및 추천 독자와 같은 공통된 부분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생략한다. 시리즈의 5권에 해당하는 갈루아 이론편 리뷰를 먼저 참고하기 바란다.

대신 본 리뷰에서는 푸앵카레 추측의 여정에 있어 머릿속에 느낌표가 떠오르게 하는 통찰을 샘솟게 하는 몇가지 예제를 소개할 생각이다.

먼저 푸앵카레의 추측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푸앵카레추측

처음 읽으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3차원이라는 단어가 언급하는 차원의 정의는 우리의 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소의 공간이 과연 3차원인가? 2차원인가?

전깃줄에 앉아있는 새를 멀리서 바라볼 때 전기줄 선은 마치 2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전기줄의 굵기가 보이게 되고 3차원임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면 2차원이 3차원으로 변하는 그 경계선은 정확히 어디일까?

아래 그림을 바라보자. 차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속이 꽉찬 주사위체와 속이 텅빈 주사위면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같은 차원일지라도 속이 꽉차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차원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차원

또 초중 수학에서 우리는 이미 직선에 대해 배웠다. 그 중 유클리드 공리 중 5번째에 해당하는 평행선 공리를 살펴보자.

“한 직선이 두 직선과 교차하고 같은 방향의 내각의 합이 2직각보다 작다면 이 두 직선이 무한히 연장되면 2직각보다 작은 내각 쪽에서 교차할 것.”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직관적으로 해석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저자는 쉬운 그림 하나로 이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평행선공리

같은 쪽 내각의 합 (n 수직선에 표기된 각)이 180도보다 작아진다면 m, l 두 직선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 그림으로 이해하니 매우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직선이 무한히 길어져서 지구를 감아버리게 된다면 이 유클리드의 공리가 우리 지구에서도 성립할까? 직관적으로 우리가 그린 직선이 지구 표면을 따라 확장해가다보면 직선끼리 서로 만나게 됨을 알 수 있다.

푸앵카레의 원판을 통해 구면에서의 직선과 평행선 공리에 대한 감을 익혀나가다보면 “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얼마나 거대한 진리의 장벽으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다. 멀리 우주의 모양이 무엇인지 바라볼 기세다. 푸앵카레원판

푸앵카레의 추측은 한 차원 높은 서스턴의 기하화추측을 그레고리 페렐만이 증명해냄으로써 동시에 증명되었다. 이 책은 이런 역사를 근간으로 일반인이 시작할 수 있는 상식의 차원에서 출발하여 페렐만의 논문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여정을 떠난다. 연표

5권 갈루아 편에서 대수와 군, 체, 공리 그리고 5차방정식의 해를 찾는 여정으로 진정한 대수의 참맛을 느낌과 동시에 수학 기호로만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의 한계를 느꼈다면 이번 6권은 위상 기하학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시각적 자료를 이용할 수 있어 첫 출발의 느낌은 가벼워 좋았다.

하지만 차원이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극도의 공감각력을 요했다. 오히려 그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계가 맞는것인지 오히려 그림과 일상의 선입견이 다른 차원에서의 자유로운 상상의 확장을 얼마나 방해할 수 있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다.

신기한 것은 진리탐구를 향한 모험의 여정이다. 유클리드는 분명 자연에서 바라본 선, 면, 곡선에서 나름의 유클리드 공리를 추출해냈고 이 공리를 토대로 수학자들은 더 높은 다양한 차원에 접목시키며 옳고 그름을 찾아간다.

이미 대수적으로 정리된 수학을 활용하여 대수를 기하화해보기도 하고, 위상 동형 등 함수와 사상을 연결하는가 하면, 유클리드 공리를 접목시키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고차원의 다양체를 상상하고 증명해나간다.

그럴사한 직관으로 푸앵카레나 서스턴의 추측이 등장하고 나면 해밀턴의 리치 흐름 방정식으로 조건부 증명을 해내는가 하면 페렐만이 이 도구를 활용해 추측들을 증명해나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거인의 어깨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사상누각과도 같은 공허함에서 새로운 규칙과 진리를 확장시켜나가는 진리탐구의 묘미를 엿볼 수 있다.

그 첫 출발선은 복잡해 보이는 자연 현상을 단순하게 만들어 표준화하고, 규칙을 뽑아내는 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는 이 긴 여정에 수학자들이 처음으로 접근했던 아이디어를 독자로 하여금 그대로 따라하게 만든다는데 있다.

책의 첫장은 한붓그리기 문제로 유명한 쾨니히스베르크 다리를 한 번에 건너는 문제로 시작한다. 쾨니히스베르크

역시 위 그림은 오른쪽 형태의 그래프로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 중요한 쟁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추상화 시킬 줄 아는 능력 바로 이 6권의 다양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며 이 책을 읽는 예비 수학자가 새로운 진리 탐구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이후 뫼비우스 띠에서 겉과 안을 구분할 수 없는 불가향성 개념이나 클라인 병 등을 통해 폐곡면의 실체를 알아보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각력을 충분히 자극하여 다양체를 이해할 수 있게끔 자연스러운 훈련을 유도한다. 클라인병

미르카 시리즈의 도서가 10년만에 드디어 6권으로 완결되었다. 저자는 이번 6권을 저술하는데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위에 정리한 각 그림들만 봐도 2차원이라는 종이의 세계에서 다양체와 고차원을 능숙하게 잘 표현해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6년의 시간이 되려 적게 느껴진다. 저자의 숭고한 생명과 시간 덕분에 독자는 머리속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아주 쉽게 도출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책을 만든 저자, 출판사, 번역가 등 관련된 모든 분들은 책의 판매 여부를 떠나 진리탐구와 세상을 위해 큰 기여를 한 분들이라 극찬하고 싶다.

심지어 페렐만의 논문은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이 2년에 걸쳐 검증할 정도로 심오함의 정도를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는 6년의 세월을 빌어 일반인에게 이 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니 뭐라 감사를 표해도 부족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미르카 책을 늦게 알게되어 후반부 5,6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세계적인 난제조차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전달력이라면 상대적으로 남은 1 ~ 4권의 여행은 얼마나 쉽게 탐험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기왕 거꾸로 접한 것 다음은 4권 선택과 무작위 알고리즘을 읽을 차례다. 이번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긴 시간을 할애하여 설레는 모험을 즐긴 후 또 리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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