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이치 -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빚은책들 출판사의 "세상이치 -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김동희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플라톤에서 통일장 이론에 이르는 2600년 간의 진리탐구 결과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세상을 꿰뚫었던 천재들의 시각이나 프레임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홍길동”, “김개똥”이라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라는 단어가 있다. 붕어빵이 있는가 하면 붕어빵 틀이 있다. “꽃”, “여인”, “예술작품”이라는 단어는 바뀌어도 “아름다움”이라는 서술어는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은 플라톤의 이데아에서 출발하여 2600년에 이르는 진리탐구를 향한 인류 노력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그간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개똥철학을 전부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간의 프레임을 전환시키는데 성공한 천재들이 찍어 온 방점을 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초두에 설명한 내용들은 플라톤이 주창한 “이데아“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세상을 관통한다. 오늘날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 대부분은 철학이라는 단어를 교육과정을 통해 접했을 것이기에 지루하고, 골치아프고, 재미없다라는 서술어를 도출하기 십상이다. 이데아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이다. 하지만 철학이 왜 중요하고 또 어떻게 일상을 바꿔는지에 주목하면 주객이 전도된다. 죽어도 읽지 않겠다던 철학을 찾아읽고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얻기 위해 찾는가하면 읽지말라고 해도 찾게되는 매력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간 IT업에 종사하며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며 철학의 위력을 실감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 로그인을 하면 사용자가 A이든 B이든 그 인원이 수천만명에 달하든 프로그래밍으로 그들을 관리하고 식별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공통적인 속성 이름, 아이디, 생년월일 등과 같은 정보를 뽑아 Class라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 Class들은 실제 메모리 상에 A의 정보, B의 정보, .. 등을 담아낸다. 이 Class는 프로그래밍이 구체화되는 메모리라는 영역에서 수많은 객체들로 실체화된다.

Class라는 프로그램을 하나 잘 만들어 수천만명 혹은 이론적으로 서버의 자원만 넉넉하다면 무한대의 인원들이 이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게한 원동력이 이데아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난 후 철학에 대한 인식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요즘은 AI를 접하며 그런 생각을 한다. 미적분 알아서 어디에 써먹냐 그건 거스름돈 돌려받는 일에도 쓰일 일이 없다며 비하했던 동네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실제 미적분을 써먹을 일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어르신들의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었다.

알파고가 등장하며 딥러닝이라는 기술을 접하고 바둑에서 승률이 높은 다음 착수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 뉴런의 활성화 모듈이 사용되고 딥러닝 모델이 특정 경로를 선택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활성값을 측정하여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다음 착점을 고르는 과정에 있어 각 뉴런이 담고있는 값들을 수없이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곡선과도 같은 손실함수에서 손실값이 최소가 되는 위치를 찾는데 미분이 쓰이고 승패 결과에 따라 잘못된 뉴런의 값을 보정하는 - 이를 흔히들 인공지능의 학습이라고 한다 - 과정에서 미분 연쇄가 활용된다.

미분이 없었다면 AI는 불가능했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노동력과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AI 세상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이다.

다른 독자분들은 어떻게 철학이나 진리탐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혹여나 아직 보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따져보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천재들이 노력했던 과정, 그리고 그들의 관점이나 시각을 배울 수 있을 듯 하다.

문학작품이 아니지만 이 책의 수미쌍관 구성이 흥미롭다. 초두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을 통합했듯 말미에는 물리학의 통일장이론이 등장하며 표준 모형이 소개된다. 세상을 관통하는 절대 진리 하나를 찾기 위한 2600년의 여정이 흥미롭다. 학문통합
표준모형

언뜻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물리학과 철학이 오묘하게 버물려 있다. 초중고 교과과정을 거쳐온 대다수 일반인의 눈에 철학은 문과이고, 물리학은 이과이니 어찌보면 정반대에 위치한 학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 세상의 이치를 얻기 위한 측면에 있어 이 두 학문보다 사이나 궁합이 좋은 학문을 찾기는 힘들 듯하다. 전기줄위에 앉은 참새가 가까이 보면 3차원이지만, 멀리서 보면 2차원이고 심지어 전깃줄은 1차원으로 보이기도 하니 세상과 진리는 참 신기함 그 자체이다.

세상이치를 탐구하는 여정에 있어 이성경험은 큰 원동력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과 직관이 2600년의 진리탐구의 행적을 견인해왔지만 실제 그것이 진리인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경험이 담당해왔다. 그 검증이 틀렸다면 새로운 진리를 찾는 또 하나의 여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마치 아래 그림에서 보듯 갈릴레이의 관찰이 그러하다. 갈릴레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이들 조차도 오류 투성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생각하니 존재한다.”는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절대 진리로 부터 출발하여 연역적으로 세상의 진리를 밝히고자 노력해던 데카르트 조차 천문에 있어 소용돌이 이론이라는 그럴 듯한 궤변을 늘어놓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소용돌이이론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개똥 철학이 있다. 개똥 철학은 자신만의 논리와 철학이기에 주위로부터 인정은 커녕 특정 개인의 어리석음을 비아냥거릴 때 자주 쓰인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진리 탐구의 원동력 또한 개똥철학이다.

맞든 틀리든 간에 맞으면 맞는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 틀리면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니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이 선순환의 고리를 놓치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엉뚱한 소용돌이 이론은 뉴턴의 법칙들을 낳았고,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과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오늘날 양자역학과 현대물리학을 태동시켰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우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그 중심에는 인간과 사고, 심리, 인지라는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칸드의 철학은 그 오묘함의 정수가 담겨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관점, 실제 우리 눈이 무엇인가를 볼 수 없는 위치에 해당하는 맹점이라는 영역이 존재하는가 하면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또한 또한 실제 별의 위치를 혼동하게 만든다. 시공간

플라톤의 동굴에서는 동굴밖 사람들의 그림자가 벽에 비치는 것을 보고 실제 동굴 밖 사람들이 검은색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 불이 꺼진 방안에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 또한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세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세계에서는 관측으로 미래가 바뀌는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핵 내부의 중성자와 양성자 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강력이 존재한다. 가장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큰 힘이라니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물자체

실제와 인식이라는 커다란 두 세계에 칸트가 감각, 지각, 오성이라는 인식의 체계를 확립했다면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물자체와 인식의 세계를 합치시켰다. 인식

실제 세계에서의 진리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진리가 치열하게 다투고 융합하며 정반합하는 과정이 어쩌면 진리탐구를 향한 인류의 평생 숙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 숙제는 꽤나 즐거운 숙제이다. 이성과 상반된 관점의 욕망조차도 무언가를 알아내고 싶어하는 과정이 지배적이다. 식욕도 그간 느껴보지 못한 미각을 알고 싶은 탐구인가 하면 성욕도 미지의 이성을 탐구하고 갈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무언가를 알아가고 싶다는 거대한 즐거움 혹은 욕망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고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위에 언급한 일련의 질문들을 쫓다보면 물리학과 철학의 구분이 없다. 이 구분을 이과와 문과의 구분으로 보는 것도 프레임이고, 진리탐구의 관점으로 동일하게 보는 것도 프레임이다. 어떤 프레임을 언제 선택하고 어떻게 유연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 이 책은 그런 천재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2600년 세상을 꿰뚫고자 노력했던 천재들의 일대기와 성과를 정리해 읽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주된 장점이지만 이 책을 더 현명하게 읽고 싶다면 그들의 프레임과 사고에 주목하길 바란다.

어떻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혹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실제를 밝히게 되었는지, 남들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고과정에 이르게 된 것인지, 같은 결과를 보고 다른 원인을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인지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이 책에 상당 부분 실려있지만 더 깊숙하고 완전하게 찾아내는 과정은 독자가 담당하는 것이 이로울 듯 하다.

아무쪼록 2600년의 거대한 통찰을 나 같은 일반인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세상의 지평을 활짝 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멋진 책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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