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



멀리깊이 출판사의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김재호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건물주가 되어 돈을 품고 사는 행복한 상상에 푹 빠져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인생과 행복이 무엇인지, 돈이 왜 필요한 것지에 대한 내면의 진솔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건물주를 꿈꾸는 독자에게 건물주는 어떤 것을 신경쓰고 노력해야 하는지 일종의 팁을 알려주는 책으로도 이 책은 분명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 이상의 가치가 숨어있다. 손을 떼지 않고 단 몇 시간 만에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다만, 그런 고민들이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문체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친구나 직장 동료 만나며 일상의 우리가 늘 떠드는 주제들 또, 그런 형식의 문체로 서술되어있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는 고민들을 술자리 친구와 대화하듯 독자와 소통하며 때로는 무언가를 배우고, 어떤 정보를 얻고, 돈이나 꿈을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을 읽고 나의 생각과 견줄 수가 있으니 독자의 입장으로써 이런 소통보다 더 나은 소통 방법이 무엇이 있으랴.

일상의 언어로 평범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저자는 경제나 꿈에 관한 해박한 직관을 갖고 있다. 돈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지는 차치하고라도 타고난 직관이 뛰어나고 특히 주변에 도움되는 동료들이 많았던 것 같다.

2006년에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기록으로 봐서 아마 내 나이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다. 그렇기에 40대 초반에 속하는 나는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매우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단 하나이다. 오직 시간을 사고 싶어서. 그리고 그 시간으로 행복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저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같은 IT 업종에 종사한다는 점, 나이, 꿈, 돈에 대한 관념, 절약하는 습관, 최근에 부동산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해왔다는 점 등 많은 부분이 저자와 성향이 비슷해서 저절로 공감이 되었다.

언뜻 일상의 소소한 에세이처럼 보이는 책이지만 이 책에는 놀랄만큼 배울만한 것들이 많다. 우리 현실의 눈높이에 맞게 일상의 언어로 전달하는 전달력이 일품이다. 드라마 보는 듯한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덕분에 상당한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건물주의 일상에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났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을 키우는 이웃, 건물을 부수거나 쓰레기를 투척하는 이웃 등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니 만큼 별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냄새

이런 미친 사람들은 흔치 않은 케이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상인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저희 집 옥상 방수 공사를 좀 해야겠는데요. 그라인더로 바닥갈기도 할 거고요. 중도는 1액형 말고 2액형으로 해주세요. 제품은 2100KS로 하고요.”

위 대사만 봐도 방수 공사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고객이다. 고객의 전문성 여부로 견적가를 책정하는 방수 공사 업체, 민원을 최소화하기만을 바라는 경찰 등 사람은 저마다의 욕심과 의도가 있고 그 의도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을 책정하는 데도, 그러한 행동을 하는데도 저마다 나름의 계산 매커니즘이 있는 듯 하다. 사람을 상대하는데 있어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들이 행동을 하는 계산서는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고 있다면 승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의도를 파악함은 물론 그들이 나름 합리적인 결과로 생각할 수 있게끔 근거나 룰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공부도 필요하다. 때로는 이기는 것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싸움을 회피할 줄 아는 기술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특히 미친 이웃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회피 기술을 시전했는데 사람 사이의 해법은 수학과 같이 명확하고 계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건물주는 사업가라는 저자의 말에 큰 공감이 갔다.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용어는 딱딱하다 못해 어렵게도 들리지만 사실 모든 이들이 갖고 있어야 하는 기본 소양이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본 기본 소양일 뿐이다.

나 역시 창업가의 눈을 가진 후 개인적으로도 일상에 많은 변화가 왔다. 다들 뭘로 먹고 사는지 궁금하여 간판을 보고 다니는 습관이나 차에 붙어있는 비상 연락처로 단지 내 구성원들의 연락처를 습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 등 많은 부분이 달리 보이곤 했다.

그럼에도 나 같은 예비 창업 지망생과 실제 임대업을 운영중인 건물주의 안목에는 큰 차이가 있어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파랑새를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멀리서 찾으려고 하면 잡을 수가 없어요.”

파랑새를 현실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고 노력한 저자의 안목이 현재 저자의 부와 행복을 가져다 줬다는 점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늘 멀리 있는 그래서 놓치기 쉬운 파랑새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외 투자금 회수에 대한 생각이나 욕먹는 협상이 최고의 협상이라는 등 저자의 표현에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많았다.

나는 예전에 진로를 정할 때 IT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합격해놓고 심각한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공공기관의 안정성을 선택한 것에 큰 후회를 하고 있다.

저자가 어느정도 부의 성공을 이룬데에는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과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 물론 그 외에도 스톡옵션이 대박난 부가적인 혜택도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공공기관을 선택한 나는 많은 기회와 시간을 잃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정년, 연금, 안정성이 최우선인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지금의 안정성이 부질 없다.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건물주도 제 싫으면 그만이고, 안정성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그런점에서 인생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제는 또 나를 괴롭힌다. 이 책을 읽으며 늘 바라보던 각도가 아닌 정반대의 각도에서 하고 싶은 일을 또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의 위안이다.

다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함은 잃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내게는 싫은 평안감사일지라도 다른 이에게는 바라는 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운이 부족하거나 순간의 선택으로 반대편에 있게 된 똑같은 혹은 그 이상의 역량을 가진 이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늘 감사할 줄 알고 지킬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꿈, 돈, 사람, 인생 등 저자와 토론하며 한바탕 고민을 이어간 재미 외에도 새롭게 배운 지식도 많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정보성 글이니 새롭게 배운 지식들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

  • 주식의 종류
    • 우리사주 : 근로자 주식소유제도
    • 스톡옵션 : 근로자가 낮은 가격에 매입 후 나중에 팔 수 있는 주식
    • CB전환(전환사채) : 일정 조건 하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된 사채
    • 구주매입 : 기존 주주의 주식을 양수도 계약을 통하여 확보하는 일
  • 부동산
    • 때로는 매입시기가 모든 조건들을 이긴다.
    • 1,2종 전용주거지역, 1,2,3종 일반주거지역 등 주변 건물들의 변화 가능성이나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 건물의 진입로 및 흡연구역 등 발품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있다.
    • 변제 순위에 앞서 최우선변제권이 존재한다.
    • 건물의 수명에 따른 장기 계획과 인생의 긴 플랜의 시기 일치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 경제
    • 부를 이룬 이들은 늘 큰 흐름을 보는 안목이 있는 듯 하다. 하수는 부동산 최고가를 찾아 팔 생각만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현금을 모았다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 등의 안목을 배울 수 있었다.
    •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 신뢰도 : 이 세상에서 빌릴 수 있는 모든 돈의 합
    • 레버리지와 반대매매
  • 건물주에 필요한 스킬
    • 교체 : LED등, 수전, 팝업, 호스, 배수관, 도어락, 인덕션
    • 설치 : 하수구 트랩, 문 경첩
    • 보수 : 실리콘 크랙 보수, 에어컨 누수,
    • 철공소 등 생소한 업체
    • 주차장 활용 수익 창출

그 외에도 시야를 넓히는 새로운 경험을 얻는 수단으로 해외여행, 애플워치 등 얼리어답터, 퍼플카드 등 고급 프리미엄 카드 써보기, 안 가본 곳을 가보기, 크롬캐스트 등 여러 일상의 팁도 얻을 수 있었다.

언뜻 일상의 언어, 에세이 형식의 글이라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읽는 글이라 생각하고 책을 폈지만 리뷰를 정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만 저렇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으니 재미로 읽으며, 충분한 생각을 하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이런 책이야 말로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회 초년생, 사업을 꿈꾸는 중년, 건물주를 꿈꾸거나 예비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 이 시대의 중년이 읽으면 큰 재미를 느끼겠지만 돈과 꿈 사이에서 고민 중인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얻을 것이 넘쳐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추천하며 리뷰를 마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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