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할의 과학하는 삶



이다북스 출판사의 "카할의 과학하는 삶(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저/김숲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을 엮은 책으로 천재적인 과학자가 세상과 진리를 바라보는 안목과 프레임을 엿볼 수 있어 유익했다.

뉴런 간의 정보가 시냅스로 전달되는 과정을 밝혀낸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위대한 과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연구 초심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대부분의 서양 도서가 그러하듯 이 책의 제목 “Advice for a young investigator”은 책의 내용을 담백하게 잘 담아내고 있다. 연구에 이제 막 뛰어든 모든것이 두렵고 깜깜한 연구자들이 앞날을 헤쳐나가는데 매우 유용한 조언들이 소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사 출신이기에 항상 연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기존의 지식들을 잘 익히고 배우는 것을 넘어서 세상에 없는 지식을 발견하여 인류가 얻은 지식의 총량을 늘려가는 작업이 연구라는 것을 깨닫고 AI 분야의 자극을 받으며 사실 연구에 적성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는 성향임을 알았지만 너무 늦게 연구의 정체를 알아버려 늘 연구자들이 부럽다.

이런 내게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은 모든 과정이 장애물 투성이인데 이 책 덕분에 뉴턴이 말하는 거인의 어꺠에 잠깐 올라 세상을 구경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포부나 태도에서부터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인사이트 그리고 이를 논문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거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은 앞날의 연구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어쩌면 연구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연구자도 결국은 사람이기에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조언도 듬뿍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연구에 열정과 힘을 불어줄 수 있는 스스로의 태도, 자세 심지어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나아가 주변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어떻게 건설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인지에 대한 소신있는 의견들은 앞날에 고난이 있을 때마다 자주 참조하게 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조언이 있다. 요약하자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기준이라는 것인데 자연은 그 자체로 조화롭게 평등한 가치를 지니는 메커니즘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것이란

그럼에도 인간이 스스로의 판단과 선입견으로 멋대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정하니 결국 중요한 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생겨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진리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거나 이미 모든 것이 연구되어 자신이 뛰어들 영역이 없는 것에 탄식하곤 한다.

이는 연구 외 일상에서도 흔한 일이다. 어느날 커피 사업이 돈을 번다하여 모두 커피 가게를 차리며 레드오션에서 수익 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나, 샤인머스켓이 가격이 좋다하여 그 작물에 전념하다가 공급 포화로 수익률이 위태로워 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는 먹을 것이 많지 않은 법인데 사람들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음의 구분이 있다. 이는 사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주기에 없어서는 안될 관념이자 규칙이겠지만 적어도 이런 규칙이 스스로의 미래와 발전성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듯 하다.

일상이 그러할진데 과학의 세계에서는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범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현인의 인사이트와 날카로운 안목은 나같은 평범한 연구자에게 엄청난 힘이된다.

우연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 잡아준 것 또한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흔히 인간사에 우연이라 하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 혹은 운이 좋아 다가온 영역이라 하여 소홀히 생각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연

하지만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이 그 보잘것 없어 보이는 우연의 결과였다는 사실 등의 역사적 예를 살펴볼 때 과학자는 행운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사실에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과학적이지 않은 명제가 과학자에게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의 진리를 관통하는 천재 연구자들의 눈, 그들의 프레임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읽는 내내 신선하고 즐거웠다.

어느정도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요약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미 하나하나의 조언이 모두 요약된 형태를 띄고 있으며 함부로 축약하는 것은 그 안에 숨은 고상한 인사이트를 축소, 왜곡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하다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 이 책을 꺼내어 몇십번 곱씹고 읽다보면 같은 내용을 읽을지라도 매순간 다른 느낌과 색으로 다가오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얼마되지 않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구성 몇가지는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책의 재질이 좋고 부드러우며 깔끔하여 집중하며 읽기 좋다. 책은 사이즈가 소형이라 책장에 진열하면 다른 책들과 어울리진 않지만 휴대하기에 좋다.

1900년을 전후로 4번의 개정판이 출간될 정도로 인기있는 책의 내용을 온전히 번역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역자는 역자로써 원문이 담고 있는 느낌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그런 의도가 과했던 것인지 어떤 문장은 도통 몇번을 곱씹어 읽어도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도 있다. 차라리 역자의 의도가 가미되어 약간의 왜곡이 발생할지라도 그런 심각한 문장들은 의역이 포함되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영어라면 몰라도 원서는 스페인어이기에 원서를 그대로 느끼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의 외국어 파트에서 소개했듯 진정 연구의 길을 걷는 이라면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여 그 세계의 저명한 이들의 논문을 읽고 다가가는 것도 그 노력에 상응할 만한 보답을 얻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과학과 연구자라는 꿈을 가진 모든이들이 한 번 쯤은 반드시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싶으며, 과학자의 꿈이 없는 이들일지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거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보일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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