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계의 반칙



한빛미디어 출판사의 "기계의 반칙(넬로 크리스티아니니 저/김정민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이 20년 이상 AI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겪어 온 철학적, 기술적 고찰의 기록

첫장을 열면서부터 시기적으로 이르게 깜짝 놀랐다. 세간에 알려진 AI에 대한 생각 또는 접근방식과는 달리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과학, 좁게는 AI의 영역에 있어 칼 세이건이나 엘런 튜링과 같은 저명한 과학자의 위상은 범접할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튜링테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외계 지능체 탐사를 위해 공헌한 칼세이건의 노력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저명한 이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들에게 선전포고하는 것으로 본 도서의 시작을 열었다.

칼 세이건의 주장에 따르면 외계 지능체는 3차원의 31^3 비트 시퀀스이자 포름알데히드 분자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표현한 무선 신호만으로도 우리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가설은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와 같은 우주에서 진화했고 같은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기에 이러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가설을 테스트 하는 과정에 있어 물리학 박사 과정의 학생 네 명이 부분적으로나마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저자의 테스트에서 칼 세이건의 가설은 통과하지 못한다.

저자의 고양이들에게 금속판과 무선 시퀀스를 활용하여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고양이로 부터 어떤 답장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 판정단이 대화 중 상대방이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테스트하는 튜링 테스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간인지 아닌지 판단한다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강조이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듯, 지능이라는 것을 정의 내리는 것에 있어 그 중심에 인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무언가를 정의라는 내린다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정의 하나에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방식 및 가능성이 뒤집힐 수 있고 뒷 장에 이어질 기계 및 AI를 이해하는 정도와 방식이 뒤집힐 수 있음을 책을 읽는 내내 지속하여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장은 저자가 AI를 연구해오며 등장했던 굵직한 사건들의 기록들이 담겨있다. 한국인이라면 모르기 힘든 이세돌과 알파고의 접전에서부터 데이터에 조그만 관심이라도 가진 이라면 들어봄직한 추천 시스템을 통해 어느 아빠가 어린나이에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일화 등이 대표적이다. 레시피

AI의 태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접근방식을 치트키라 표현하며 소개하는가 하면 기계 학습의 패턴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고찰 그리고 부분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 지능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소개된 주제 하나하나에도 책 한권 분량의 리뷰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철학의 향연이다.

책의 후반부로 진입할수록 기계와의 공생 방법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로봇을 금지가 아닌 규제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든가 의도를 벗어난 행동 즉, 윤리적인 측면의 고민 그리고 소셜 머신과 같이 우리 사회에 이들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우리 삶에 침투하는 방식 등에 저자의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다.

AI의 역사는 짧지만 사건의 분량은 적지 않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AI의 논문 홍수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인사이트를 쫓는데도 급급한 요즘이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한가롭게 AI의 본질과 윤리 혹은 인류의 미래에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런 신기한 기술의 일부를 쫓는데 급급하여 정작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 즉, 우리의 미래 그리고 기계와의 공생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렬히 느낀 것은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AI 연구자 혹은 업계 종사자라면 더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각성이 필요해보인다.

AI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독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이 우리 삶에 침투하여 어떤 미래를 선사할 것인지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에 기인하여 이 책의 존재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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