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창호의 부득탐승 不得貪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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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이창호의 부득탐승 不得貪勝(이창호 저)"
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둑의 신, 이창호의 대 서사시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진리와 인생.
좋은 책은 읽을 떄마다 내용이 달라진다. 책은 그대로인데 독자는 변한다
. 책의 깊이가 깊을수록 다양한 경험과 각도에서 바라봐야 그 진의가 와닿는다.
나는 바둑을 워낙 좋아한다. 초등학생부터 즐겨두었고, 그 심플함 속에 숨은 우주는 마치 양자 세계를 보는듯하다
. 세포를 무한히 확장하면 마치 우주처럼 생겼다고 했던가? 흑과 백이 어우러지는 간단한 룰 속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담긴듯하다.
AI 진영에서 알파고를 괜히 만든것이 아니다
. 그들도 나와 비슷한 것을 보았으리라. 아무튼 바둑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의 진리를 보고자 노력했던 나는 결국 지금 AI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바둑은 내 인생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지 거의 15년 가까이 되는듯 하다. 바둑 골수팬으로써 바둑에서 1인자로 꼽는 이창호 사범님의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세상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세상을 얻은 사람이 또 있을까
? 이 사범님은 왠만한 말을 하지 않고 한 세계를 평정한 거의 유일한 분인것 같다. 그렇게 말 수가 없는 위인과 다름없는 분이기에 바둑 방송을 시청해도 소감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했다. 그런 분이 자신의 인생을 풀어놓는 책을 내놓다니..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이창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가히 바둑계의 이순신 장군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인간의 선입견을 개박살내는 것이 매력
이라 하던가?
국내외 통산 타이틀 획득 140회, 메이저 국제 세계기전에서만 무려 17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둑 기사 등 바둑상의 전적 물론이고, 최근에 개봉된 영화 <승부>, 응답하라 1988의 모티브로 쓰인 <상하이대첩>, 한국 알기를 멍멍이보다 못한 중국이 이창호를 초청해서 치른 <소림사 바둑="">, 병역법에 유례없는 국회위원 만장일치 병역복무 대체.. 그를 둘러싼 신화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소림사>상하이대첩>승부>
어설픈 마블 시리즈의 지어낸 얘기보다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이다 같은 그의 영웅적 행보는 떄로는 감동을 주고 때로는 열정을 복돋게 한다.
그리고 마흔 중반에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적잖이 새롭다. 이 책을 보다 깊이있게 음미하고 싶다면 몇가지 준비물이 있으면 좋다
. 바둑과의 애정, 치열한 인생 이력,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했다면
흥미나 깨달음이 배가 될 것이다.
바둑팬이라면 되려 잿밥에 관심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말 수 없는 돌부처를 볼때마다 늘 궁금했던 것은 그의 가족사, 연애사,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워낙 말이 없으니 근황이 은근 궁금하다. 그의 절친 김영삼 9단 같은 분들이 해설에서 좀 풀지 않는한 궁금증 투성이다.
바둑팬이 아니라면 승부, 상하이 대첩 일대기가 궁금할 것도 같다.
“다른 한국 기사를 모두 꺾어도 이창호가 남아있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이 책에는 그런 상하이 대첩과 같은 일대기에 이창호 본인의 생각이 담겨있으니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 동시방영
으로 상하이 대첩을 관전하는 것은 매우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의 영화같은 인생을 엿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인생이나 진리를 바라보는 이창호의 시각과 나의 시각을 비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에 도달하기까지 치열하게 달려오며 인생 여정에 고난과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때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인의 조언이다. 그 사람이라면 이 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떤 판단을 했을까? 해결책은 무엇인가?
바둑 애호가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바둑을 두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참 많은 것들이 보인다. 작게는 상대방의 성격과 현재 마음상태에서 부터 크게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선택의 문제에 선 인생의 갈림길
도 보인다.
그렇기에 바둑에 숨은 인생과 진리 그리고 그런 소우주를 이창호가 대하는 자세
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천금보다 귀한일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동안 틀리게 생각한 것이 아니구나하고 안심한 구절도 있다. 바둑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고 믿어온 사실이 그렇다.
바둑과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라도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
은 곧 진리가 아닌가 싶다. 바둑에서의 느낌을 먼저 얻은 덕분에, 적어도 나는 내 인생에서 바둑과 비슷한 AI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프로그래밍을 하면서도 법학에 관심이 생겼다. 또, 철학에서 비롯된 공학까지의 연결에 감사할 수 있었다. 사실 감각적으로는 다 같은 주제들인지라 늘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방법은 독자 저마다의 자유이나,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읽다가 물음표나 느낌표가 떠오르면 무조건 멈추고 이해될때까지 곱씹고 이해가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갔으면 한다.
이 책에 언급된 이창호의 독서법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성격상 늘 겸손하기에 정답이 아니면 말을 하질 않는 경향도 있다. 80%만 맞아도 좋으니 고수의 조언을 듣고 싶은 일반인으로써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데 이 책을 위에 언급한 방식으로 읽다보면 그의 80%짜리 생각이 들린다.
삼라만상의 조화를 다 깨달아서 귀납식으로 진리를 도출하는 그의 스타일에서 개성, 스타일, 전략, 가치관 등이 돋보인다. 그 인간미를 곱씹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나면 곱씹게되고 그 과정에서 내안에 해결되지 못했던 밥솥이 끓는다. 내가 이 책에서 느끼는 묘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