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



한빛비즈 출판사의 "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레이 달리오 저/송이루, 이종호, 임경은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본 도서는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템플릿이다.

저자 레이달리오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회사 브리지워터의 설립자이다. 세계 100대 갑부라는 타이틀 외에도 그가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대부분의 투자사의 수익률은 -30%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브리지워터 헤지펀드 수익률은 +15%를 달성했다. 당시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 핵심 비결이 바로 본 도서의 내용이다.

그는 전작 원칙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이 겪었던 세상의 굴곡을 자서전 형태로 남긴 도서로, 인생과 일이라는 두가지 큰 축에 맞춰 스스로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저술한 책이다. 인생 파산에서 세계 100대 부자에 오르기까지의 그의 철학과 경험이 묻어있는 책이기에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원칙을 읽었던 독자로써 이 템플릿이 무엇인지 또 가치는 어떠한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원칙을 읽어보면 브리지워터에는 컴퓨터 의사결정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그 시스템에는 금융 예측을 위한 패턴들이 녹아있다.

이 템플릿은 바로 그 예측 패턴들을 글로 옮겨 적은 버전이다. 물론 타 경쟁사에 유출되어 자생력을 잃을 수준으로 모든 비법이 공개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일반인에게는 전문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금융 위기를 유형화하고 예측하며 대처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투자 전략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멋진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인상깊었던 또 다른 장점들을 파트별로 소개해볼까 한다. 먼저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Part1은 총론이다. “대형 금융 위기를 이해하는 기본 템플릿”으로 크게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두가지 유형의 관점에서 부채 사이클을 분석한다. 부채 사이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모노폴리 보드 게임과 같은 단순하고 흥미로운 예제를 첫 출발으로 사이클의 전반을 설명하는 점에서 저자의 배려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주제는 Part1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하이퍼플레이션과 전쟁 경제 부분이었다. 하이퍼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극도로 심각해지고 장기적으로 이어져 발생하는 위기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각국 정부가 지속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기에 우리 사회 곳곳에 이 템플릿에서 설명하는 현상들이 감지되고 있어 미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하이퍼플레이션의 해결책으로 기존 통화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가치 담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몇년 전부터 통화 개혁이 왜 이슈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몇몇 투자가들로부터 달러 투자가 해법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몇년 전 금과 같은 원자재 투자 열풍이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 등 전반적인 현상황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씁쓸하지만 현재 우리의 경제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 일반적인 거시경제학이나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아닌 순전히 투자자의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고 위기 대응책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일례로 위에서 언급했던 Part1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불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악순환” 부분을 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봉착한 경우 투자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국외로 돈을 반출하고, 원자재를 매입하고, 원자재 산업에 투자하며, 주식시장을 대체로 멀리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겠으나 국가 입장에서는 매국노도 이런 매국노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측면, 도덕적 측면, 복잡한 거시경제 다 제쳐놓고 투자자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관점에서 집요하게 최근 100년 간의 전세계 굵직한 금융 위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세상 다른 도서들이 가지지 못한 멋진 가치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전쟁 경제를 다룬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평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는 그동안 알고 있던 경제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 시기이다. 이에 대한 거시적인 양상과 대비책을 알고 싶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도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본 도서에서 해당 파트를 심도있게 다뤄줘서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시기에 전쟁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미-중 갈등의 지속 때문이다.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에 특히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이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카운터 무역 파트너로써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면 전쟁이 될 수 있겠는데 지정학적 위치 상 우리나라의 위치는 최악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치르게 될 경우 전장의 중심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최대한 피하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대비해 모르고 닥치는 것보다는 미리 알고 있는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총론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경제 위기를 다룬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비록 총론에서는 전쟁 경제를 심도있게 다루진 않지만 이어지는 Part2에서 상세한 단면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어지는 Part2에서는 각론을 다룬다. 크게 3가지의 위기를 매우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그 중 하나는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겪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앞서 언급했듯 개인적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전쟁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전후 막대한 전쟁 보상금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밖에 없었던 독일의 당시 상황과 수십년에 걸쳐 회복하기 위해 조치했던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더불어 전쟁이 발발하며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경제의 양상을 타임라인 순서에 맞게 상세히 보여주고 있어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시간에 따른 패턴을 파악하기에 용이했다.

특히 각 시기별 신문 기사의 주요 내용이 함께 수록된 점이 주옥같다. 당시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개인의 입장에서 뉴스 및 신문의 헤더라인에 비슷한 내용이 뜰 경우 어떻게 미래에 대응해야 할지 감을 익히기에 이보다 훌륭한 교재가 또 있을까 싶다. 신문기사

나머지 2개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930년대의 세계 경제 대공황을 다룬다. 두 사건은 모두 현 경제를 조망하고 위기를 언급할 때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단골 소재들인데 당시의 상황이 어땠고 가계와 투자 측면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났으며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들이 있었는지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주요 신문기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주요 경제 지표와 도표들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표

개인적으로 AI에 관심이 매우 많아 각 패턴과 특성(Feature)들에 관심이 많은데 거의 대부분의 주요 지표들이 사례와 함께 모조리 언급되고 있어 나에게는 이보다 보석같은 경제 서적이 없다. 여기서 언급하는 패턴과 금융 도메인 지식을 조합한다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기에 손색이 없다 느껴졌다.

더불어 Part2는 이어지는 Part3를 분석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100년 간 가장 주목할 만한 대형사건 세가지를 분석하고 있는 바, 이어지는 Part3의 각국별 금융 위기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훈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Part3는 세계 각국의 굵직했던 부채 위기 48개를 사례별로 연구한 결과에 대한 모음집이다. 앞서 언급했듯 Part2에서 저자가 어떤 관점에서 위기를 분석했는지 방법론을 빌려 Part3를 분석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8개라는 상당한 사례를 다룬 만큼 독잡 입장에서는 특정 편향에 빠지지 않고 보다 일반화된 금융 및 위기 모델을 만들거나, 보다 객관적인 패턴을 파악하기에 용이할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개략적인 연구 결과를 파악한 후 보다 심도있게 해당 사례를 분석하고 싶다면 Part2에서 다룬 방법론과 동일하게 Part3 특정 사례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는 것도 훌륭한 경제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한민국의 IMF 사례가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보다 우리와 밀접한 주제이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직접 몸으로 겪었던 사례이기에 보다 친숙하게 경제와 금융을 학습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


이것으로 책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 한다. 예전부터 리뷰를 작성할 때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인사이트나 기억해야 할 주요 내용을 기록하는 편인데 이번 도서는 감히 그럴 깜냥이 되질 않는다.

최근 100년간의 주요 금융 위기라는 대규모 데이터속에서 한 고수가 평생 갈고 닦은 내공을 통해 압축한 패턴을 선보였는데 이를 리뷰를 통해 더 압축하기엔 스스로의 역량도 부족하고 인사이트가 너무 풍부하여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멋진 템플릿을 세상에 공유한 저자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참고로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principles에 접속하여 이메일을 등록하기만 하면 원문 PDF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늘 그렇듯 원문에는 특유의 정보와 뉘앙스가 숨어있는 법이므로 본 번역서를 다 읽고 원문으로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보통 리뷰를 마무리할 때에는 왜 추천하고 싶은지 정리하며 귀결하는 편인데 이 책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읽지 않으면 손해이기에 반드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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