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



프리렉 출판사의 "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아이리스 치우, 정쭝란 저/윤인성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천재, 최연소 장관, 트렌스젠더, 중학교 중퇴, CEO 경력, 5개 국어 능통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만 디지털장관 오드리 탕의 40년 인생을 7개의 궤적으로 집필한 책이다.

7개의 궤적은 각각 35세 디지털 장관, 신동, 독학 소년, 멘토 그리고 동료들, 성별을 뛰어넘은 사람들, 시빅해커에서 핵티비스트로,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으로 나뉜다.

책을 읽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드리 탕이라는 인물과 그가 살아온 인생에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를 읽으며 그의 멋진 생각과 사상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저서에서 간간히 소개되는 독특한 그의 이력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본인 입으로 본인을 평하기엔 책의 주제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쑥쓰러운 일이 되기 때문일테니 말을 아끼고 있는데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마침 이 책이 나와 궁금한 부분을 상당히 채울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다양한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다. 먼저 나와 동갑인 저자의 인생과 나의 인생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또 그가 했던 것을 왜 나는 하지 못했는지에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그의 어린시절을 통해 지금 자라고 있는 내 아들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읽었다. 한 때 아이가 너무 어린 나이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러 평범한 또래와 같이 키우고 싶어 의도적으로 교육보다는 놀이에 집중하는 편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2, 3장에서는 신동인 그의 학교 생활과 가족들의 결단, 지원을 엿볼 수 있는데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동인 자녀를 둔 독자분들은 그간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상당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신동 여부와 무관하게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교육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독일의 유학과 대만의 교육 정책 변화를 몸소 겪은 저자의 일화는 이에 비해 너무나도 획일적인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동갑인 그의 인생과 나의 인생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교육과 과정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결론을 얻었다. 당연하다는, 남들도 다 그렇다는 이유로 참 많은 뛰어난 생각과 지혜가 사장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또 정치, 사회 측면에서도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 가지지 못한 대만의 관점 특히, 6장에 깊이있게 소개된 해바라기 학생운동의 날이 대만의 민주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때 싹튼 씨앗이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는지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명의 프로그래머로써 왜 우리 개발 커뮤니티는 유독 사회 및 정치와 멀리 떨어져 있는지 충분히 대만의 g0V 커뮤니티와 같이 멋진 실력들을 갖추고 있음에도 사회에 공헌하지 않는 것인지, 어쩌면 우리의 행동이 위대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때로는 다수가 가진 성에 속해있다는 사실 때문에 소수의 성에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AI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필수적 역량인 다원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안목으로 다양한 입장에서 읽는 내내 나는 각 계층의 대변인이 되어보며 많은 논쟁을 벌였다.

위에 언급했듯 그의 인생은 정말 다양하고 비범한 타이틀로 요약된다. 그 중 하나의 타이틀만 달고 있어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일텐데 수십개의 타이틀을 보며 그의 그릇과 역량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위인의 벤치마킹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차치하더라도 평범이라는 의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일대기를 읽는 재미 또한 책의 묘미이다.

그만의 남다른 생각과 인사이트 속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점도 책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g0V 개발자 커뮤니티 정신과 사상은 대만의 민주화 발전을 가속시킨다. 대만 정부의 정책을 가급적 투명하게 만드는 것의 뿌리가 되었고, 가장 불만이 많은 이가 해당 제도나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 혹은 담당자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음을 존중한다.

잠들기 전 4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읽고 수면중에 처리하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도 배울만한 점이다. 돈이나 이익없이 사회를 가장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는 투표권이 없는 고교생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Join 플랫폼을 고안할 수 있었던 것도 다원성을 중요시 하는 그의 안목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배울만한 점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책의 말미 그의 인터뷰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만의 정신 마사지 비법이 실려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마음 속 별도의 공간에 넣어두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정도가 될 때까지 더 자세하게 알아갑니다.
  • 아픔이 느껴진다면 아직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 이에 무뎌지기 위해 새로운 경험에 빠져듭니다.
  • 우엉차에 민트를 섞어 새로운 차의 맛을 맛본다던가 새로운 노래를 감상합니다.
  • 그리고 아픈 기억을 새로운 차의 맛 혹은 새로운 노래의 한 소절 처럼 느껴봅니다.

나 또한 해당 감정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전 섣부른 행동은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40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그의 조언이 앞으로 나의 감정을 추스리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아무튼 이 책은 묘한 매력을 지닌 오드리 탕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배울점도 많고 위로가 되기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현자에게 한 수 배운다는 접근도 나쁘진 않겠지만 단순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벗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책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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