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화하는 세계 질서



한빛비즈 출판사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레이 달리오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달리오가 저술한 과거 역사의 사이클과 패턴을 파악하여 미래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특히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그의 탁월한 접근법과 사고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흥미로우면서도 부질없는 일이 또 있을까?

책에 등장한 한 일례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지난 수백년 간 인류의 기대수명은 30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기대수명

위 그림의 통계 자료로 추정컨데 1750년대를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기대수명이 30년으로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1인당 소득은 연간 0.5퍼센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기조가 1900년 초반까지 이어졌으니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안된 당시의 사람 또한 기대수명을 30년으로 예측하는 일 또한 나름의 합리성을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100년 간 인류의 수명이 70세에 도달하였으니 당시의 합리적인 예측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을지 실감이 난다. 또 하나의 일례를 들자면 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을 수 없다는 믿음도 최근에 깨졌다.

나름의 예측을 견실하게 합리적으로 추정한다 한들 우리에게도 1900년 초반의 사람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체적이고 일상과 맞닿아 피부에 느껴지는 표현이 서문에 등장한다.

사람들이 인생에 찾아온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이유는 아주 작은 조각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다 큰 구도에서 패턴과 사이클, 기회를 만들어내는 상호 연결된 요소들, 사이클 내 우리의 위치, 향후 발생할 사건 등은 보지 못하고 개미처럼 짧은 인생에서 눈앞의 빵 부스러기를 옮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최근 수십년 간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신호를 제대로 감지한 사람은 온갖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큰 몫의 자산을 챙겼을 것이다. 비트코인 역시 양적 완화의 수혜 중 하나였다.

1980년대의 폴 볼커 연준의장의 20%가 넘는 대대적 금리 인상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최근의 연준 금리 인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여 최근 곡소리 나는 주식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수익을 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90%가 넘는 개미들이 곡소리를 내는 이유는 저자의 서문과 마찬가지로 눈앞의 빵부스러기를 옮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고 미래를 넓게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값어치 있고 읽어야 하는 이유 또한 그렇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부질 없는 짓임에도 파악하려는 과정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우리 미래를 송두리 째 바꿀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정리해 본 미래를 그려봐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저자가 강조한 사이클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역사적으로 사이클이나 패턴은 항상 존재해왔으며 놀라울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움직이기에 어느정도의 미래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른 하나는 미래를 움직이는 변수 즉, 피처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컴퓨터와 AI의 힘을 빌려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밝히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요인들이 미래를 변화시키는데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냐는 것인데 최근 주식시장만 봐도 연준의 금리인상 신호, 러-우 전쟁의 발발, 유가 인상 등의 신호만 제때 파악했어도 미국 시장의 급락이라는 폭우를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개미들이나 일반인들은 어떤 지표를 봐야하는지 모르거나 아예 지표 자체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어도 평소 무엇을 신경쓰고 바라봐야 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어도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늠해볼 수 있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스스로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2장. 결정 요인”으로 꼽고 싶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이 장에 모두 담겨있으며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결정요인

위 그림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가장 크고 중요한 사이클 3개가 상단에 소개되고 있다. 다음으로 국력을 결정짓는 주요 결정 요인 8가지 및 기타 결정 요인도 소개되고 있다.

AI, 통계, 데이터 분석 등의 전공이나 업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이 요인 즉, 피처를 뽑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데는 브랜드, 학군, 교통, 인프라, 평수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겠지만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들의 가중치는 천차만별이다. 지하철 접근성과 같은 교통의 가중치는 가격에 30%이상을 담당할 수 있는 노릇이고, 방의 위치와 같은 요인은 1% 정도의 적은 가중치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일 수도 있다.

결국 예측 시스템의 결정적 요인을 선별해내는 일이 중요한데 이는 성능이 좋은 AI 모델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모델을 설계하는 사람의 업무 도메인 전문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세계적인 헷지펀드 브리지 워터를 운영하고 수십 년 간 뛰어난 투자 성적을 유지하며 대규모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쉬지 않고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저자가 아니라면 누가 미래를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까?

동적요인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점치는 위대한 일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특정 국가에 투자할지 여부의 결정은 위와 같은 요인들을 눈여겨 본다면 상당 부분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최근 500년의 세계사를 좌지우지한 강대국들의 흥망 성쇠를 연구하여 이를 몇가지 사이클로 모형화하였고 이는 1장에 포괄적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3 ~ 6장에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내부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모형은 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매우 잘 설명하고 있으며 역사적인 과거 제국의 사례를 모두 담고 있어 눈여겨볼만 하다. 더불어 각 단계별 상세한 조짐도 모델화하여 현 강대국 들의 위치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내부질서
구체적질서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5단계에 접어든 제국으로 6단계로 넘어갈 확률이 많지는 않지만 30% 정도로 추정된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는 3단계에 접어든 제국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 또한 본문에서 자신의 예측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돈 거는 행위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언급하고 있지만 적어도 어느 단계라는 예측을 통해 해당 국가의 미래가 어떤 양상으로 변할 수 있겠다는 가정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부 질서 사이클에서는 무엇보다도 파이를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수정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핵심이라 생각되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기업에 주식을 사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지만 투자 수익이 혁신의 성과와 일치할지는 정부가 생산성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세계가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확장되고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 역풍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외에도 또 다른 두 주요 사이클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 사이클국제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이 소개되고 있는데 전자는 기축통화의 위상 변화가 핵심 내용이고 후자는 미중 갈등이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의 전례 연구를 통해 저자는 기축통화는 서서히 기울다가 빠르게 쇠퇴할 것으로 예측한다. 즉, 기축 통화국의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해당 통화는 급락할 수 밖에 없다는 논지이다.

이렇듯 한 국가의 흥망성쇠에 따른 패턴을 살펴보고 미래를 예측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한 결정적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몇 가지가 더 있어 소개할까 한다.

먼저, 2장 후반부에 소개되는 결정 요인들은 심리를 비롯한 인문학적 통찰도 함께 담겨 있어 유익했다.

세상을 바꾸는 온갖 요인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것 자체로도 의미있었지만 특히 인간의 심리나 성향에서 비롯된 요인들과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한 것은 미래라는 주제를 뛰어넘어 우리 사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읽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중 상당부분은 예전에 즐겨 읽었던 원칙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것과 일맥 상통하다. 사람의 성향이나 인생 패턴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투자와 부의 축적을 위한 조언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달리오는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이기에 투자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독자 후보군도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7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투자에 몸담고 있는 독자로써 그동안 많은 거시 경제 지표를 민감하게 바라봤지만 7장을 읽으면서 그동안 연결되지 않았던 의문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음은 물론 새로운 지표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었다. 투자지표

이 책을 읽고 혜안을 얻어 투자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본문에 실린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저자는 1892년 파산급 실수를 극복하면서 얻은 통찰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한 다음,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하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고도 주가가 너무 비싸서 돈을 잃거나 형편없는 회사에 투자하고도 너무 저렴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등 평소 투자를 통해 얻은 저자의 경험담도 다수 소개되고 있다.

3부 미래 파트에서는 위에서 간략히 정리한 저자의 모든 인사이트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파트이다. 저자의 모델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의 미래를 살펴보며 특히 부록에는 국가별 흥망성쇠를 점칠 수 있는 다양한 분석자료가 제공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한민국의 분석이 빠져있다는 점이었는데 20개 강대국의 분석은 따로 저자의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고 하여 찾아가 봤더니 다행히 대한민국의 분석 자료 또한 찾을 수 있었다. Download the 2022 Country Power Index PDF for free 대한민국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중국 역사나 질병과 같은 요인에 따른 생산력의 변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 이념적인 백그라운드 등의 설명도 넘쳐나 투자나 경제적인 주제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색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망자변화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세상의 이치를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아무튼 이 책은 세상의 흐름과 이치를 잘 이해하기에 적격인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앉아 새로운 독자만의 시각을 얹어볼 수 있다면 순리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라보기에 밝은 지혜의 등을 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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